3월 18일 일본중앙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엔화(JPY) 매도세는 이어졌습니다. 4월 29일에는 미국 달러화(USD) 대비 장중 160선을 터치했는데, 이후 일본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보이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엔화가 반등했습니다.
당사는 엔화에 대한 이전 기고문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목적이 완화적 통화정책과 성장 촉진에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 시스템에 일종의 세금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긴축 효과를 냅니다(도표 1). 2016년 1월 일본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몇 달 동안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는 사실이 이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도표 1: 마이너스 금리는 의도치 않은 통화 긴축 효과를 내고 엔화 가치를 지지했을 수 있음
마이너스 금리 도입 전후의 USDJPY
최근의 지속적인 엔화 매도세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는 것이 의도치 않은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정책금리를 -10bp에서 0~+10bp 범위로 인상하는 것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해석되며, 미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긴축적인 만큼, 엔화가치는 USD 및 기타 통화 대비 하락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엔화 약세에는 마이너스 금리 종료보다 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통화 긴축에 나서지 않는 모습은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관점에서 일본중앙은행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400~500bp 인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중앙은행은 지금까지 약 15bp를 인상했을 뿐입니다(도표 2).
도표 2: 일본중앙은행의 금리는 다른 중앙은행보다 훨씬 낮은 수준
중앙은행 정책금리
일본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약 3%입니다. 정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도표 3). 이에 따른 일본중앙은행의 실질금리는 약 -3% 수준입니다. 실질금리가 대부분 0~2% 범위에 있는 호주, 캐나다, 유로존, 미국, 영국 등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도표 4).
도표 3: 일본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하락 중이지만, 여전히 일본중앙은행의 정책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
BOJ 예금금리 및 근원 인플레이션
도표 4: 일본의 실질금리는 여전히 예외적 위치에 있음
실질금리: (정책금리 - 근원 인플레이션율)
일본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부채 비율이 훨씬 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본의 공공부문 부채는 GDP의 220%에 달합니다. 일본의 민간 및 공공 부채를 모두 더하면 GDP의 400%가 넘는데, 유로존, 미국, 영국은 약 250% 수준입니다(도표 5).
도표 5: 일본은 다른 국가들보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음
GDP 대비 민간 및 공공 부채 총비율(%)
한편, 일본중앙은행이 부채 조달비용의 상승으로 일본정부의 재정 적자가 더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기업 부채가 GDP의 115%를 넘는 일본 민간부문의 금융 스트레스를 우려하는 것도,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이 반복된 상황에서 +3%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습니다. 양(+)의 인플레이션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하락 중인 유럽과 미국이 경험한 것처럼 부채 규모와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채 비율의 변화는 다음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실질 성장률이 부채 이자율과 신규 부채의 축적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한, 인플레이션과 실질 성장률이 높을수록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더 빨리 감소합니다. 일본은 실질 GDP 성장률이 낮았기 때문에 명목 GDP 성장률과 부채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낮추려면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플러스여야 합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 급등은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 물가 상승보다 늦게 시작됐고, 다른 나라에 비해 정점도 낮았습니다(도표 6). 이는 일본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천천히 신중하게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표 6: 일본의 인플레이션 파동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기가 작고 늦게 시작됨
근원 인플레이션
2020년 말부터 미국과 유로존 경제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부채 규모 축소가 진행됐는데, 일본의 상황은 많이 달랐습니다(도표 7). 미국의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2020년 4분기 GDP 대비 129%로 정점을 찍었고,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신규 부채를 빠르게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02%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강력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의 명목 GDP가 빠르게 성장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미국의 공공·민간 부채 합계는 2020년 4분기 GDP 대비 290%의 정점을 지나 현재 253%까지 떨어졌습니다.
도표 7: 높은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유럽이 일본보다 더 빠르게 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
비금융 섹터의 총 부채(공공 + 민간)
유로존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부채 비율은 2021년 1분기에 GDP 대비 273%로 정점을 찍었고, 현재는 241%까지 떨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 명목 GDP 성장률이 낮은 일본은 부채 비율이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일본중앙은행은 부채 비율을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높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약세를 기꺼이 용인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로에 가까운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는데, 매우 흥미로운 대조를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하락한 유럽과 미국, 인플레이션이 가볍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안정된 일본과 달리, 중국은 물가 변동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가운데 부채 비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도표 8: 금리 예상치(2024년 5월 2일 기준)
금리 예상치(2024년 5월 2일 기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금리 트레이더들이 일본중앙은행의 정책 변화 양상이 다른 중앙은행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미국, 유로존, 영국, 스위스, 호주, 캐나다의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선도곡선은 모두 궁극적으로 완화적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일본중앙은행의 목표 금리 범위가 0~10bp인 가운데 일본 선도금리 시장은 금리 상승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부채 규모를 감안하고 일본의 플러스 인플레이션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의 금리 트레이더는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200~500bp의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본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0.5%로 인상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도표 8). 다른 중앙은행이 완화적 정책을 펼치기 시작할 때 일본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취한다면, 이는 엔화 가치를 지지하고 다년간의 약세장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