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정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까요?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40%로 여전히 역사적 저점에 가까우며, 최근 바이에른과 헤센주의 선거 결과 및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독민주당(CDU)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뉴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는 독일 국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미국 국채를 포함한 고등급의 국채에도 약세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림 1).
이유: 절대 침몰할 것 같지 않던 메르켈 총리의 정치 지도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13년간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실질적 지도자였으며 독일과 유럽에 경제적 긴축정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운은 갈림길에서 좋지 않은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10월 14일 독일 기민당(CDU)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바이에른주에서 1949년 이후 최악의 선거 결과를 기록하며 완패했습니다. 더욱이 소수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DP)도 선거에서 10% 미만의 득표로 4위를 하면서 전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그림 2).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메르켈 총리는 심한 정치적 압박에 직면했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국회 협의 없이 백만 난민 수용을 결정한 후 2017년 선거에서 소속 정당의 득표율은 이전 41.5%에서 32.9%로 하락했습니다. 직전 두 번의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의 CDU/CSU 연합은 연정의 소수 파트너 정당들의 희생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첫 번째 임기에 중도 좌파인 SDP와 함께 정부를 운영했습니다. 2009년 이들과의 관계가 시들해지면서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도 연정을 했습니다. 2013년 FDP가 의석 5% 달성에 실패하면서 메르켈 총리는 다시 SDP와 손을 잡았는데 2017년에 뼈아픈 패배를 경험하게 됩니다(그림 3).
Merkel 1 | Election: | 2005 | 2009 | Swing |
Leader | CDU/CSU | 35.2% | 33.8% | -1.4% |
Junior Partner | SPD | 34.2% | 23.0% | -11.2% |
Merkel 2 | Election: | 2009 | 2013 | Swing |
Leader | CDU/CSU | 33.8% | 41.5% | 7.7% |
Junior Partner | FDP | 14.6% | 4.8% | -9.8% |
Merkel 3 | Election: | 2013 | 2017 | Swing |
Leader | CDU/CSU | 41.5% | 32.9% | -8.6% |
Junior Partner | SPD | 25.7% | 20.5% | -5.2% |
Source: German Federal Returning Officer |
단지 수개월 협상 후에 SDP는 다시 한 번 메르켈 정부의 소수 연정 파트너가 된다는 세 번째 협정에 합의했습니다. 전국 득표율을 보면 바이에른주의 선거 결과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메르켈 소속 정당인 CDU/CSU 득표율은 26% 정도로 전후 최저입니다. SDP는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민족주의 성향의 독일대안당(AfD)과 녹색당에 이어 4위로 주저앉았습니다(그림 4). 메르켈 소속 정당은 조만간 메르켈의 후임자를 물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메르켈 총리 후임자와 관련해서 문제는 독일이 새로운 얼굴이나 리더십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독일은 단지 이민 관련 정책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이민 문제에 대해 논란이 있겠지만 독일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이민자 수용에 더 개방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일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임금은 정체 상태로 많은 신규 취업자가 저임금 직종에서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메르켈 총리의 정책 방향은 독일과 다른 유럽국 모두의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책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그리스, 포르투갈 및 스페인에 세금 인상 및 정부지출 감소를 초래하고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남유럽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에 운전대를 넘기고 ECB의 초완화 통화정책에 합의한 이후에야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유럽 대륙에 걸쳐 예산 적자는 감소해왔으며(그림 5) ECB는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임무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메르켈의 긴축 재정정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국내외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인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및 스페인에서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 정당들이 몰락하면서 보다 당파적이고 극단적인 정책에 길을 내주었는데 이는 독일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리스, 포르투갈 및 스페인 사람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이에 대한 유럽 관계 당국의 빈약한 대응이 영국인들이 2016년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브렉시트 찬성에 투표하도록 유인했는지도 모릅니다. 브렉시트는 시장, 특히 영국 파운드화에 그 나름의 잠재적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메르켈 이후의 사태는 국제적으로 채권투자자들에게 훨씬 중대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그 후임자가 누구든 집권 CDU/CSU/SDP 연정과 독일인/일반 유럽인들 모두의 부를 늘릴 수 있는 놀라운 선물, 즉 막대한 잉여 예산을 넘겨줄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독일의 잉여 예산과 함께 4%의 명목 GDP 성장률은 독일의 부채/GDP 비율을 매년 약 5%씩 낮추어 왔습니다. 2018년 말까지 공공부채는 GDP의 60% 미만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정하는 유로 회원 기준의 하나로 사실 이를 충족하는 다른 유럽국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는 공공부채 비율이 GDP의 100%에 가까우며,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최악으로 각각 135%와 175%입니다.
더욱이 독일은 기업 및 가계부채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공공 및 민간부문 총부채는 GDP의 약 167%로 2018년 1분기말 하락 중이었습니다(그림 6). 선진국의 평균 부채 수준은 GDP의 250%에 가깝습니다(그림 7).
메르켈의 후임자가 누구든 자기 선거구민의 부 혹은 넓게는 독일인의 부를 증진시키기 위해 막대한 재정 확대를 법제화할 유혹에 빠질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메르켈의 부채 억제 정책은 지금껏 칭찬할 만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후임자에게 깨끗한 대차대조표를 넘겨주게 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10년 간 0.4% 혹은 30년 간 1.0%로 독일에 기꺼이 돈을 빌려주고자 한다면 이런 돈을 빌려서 인프라에 투자하거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세금 인하에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층 견실한 독일의 소비 및 투자는 다른 유럽국들의 대 독일 수출과 GDP를 부양할 수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유럽의 실업률을 낮추고(그림 8), 궁극적으로는 아직도 지나치게 낮은 유럽의 인플레이션율이 ECB 목표인 2%에 이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그림 9).
끝으로 독일의 재정 확대는 ECB가 정책을 정상화하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시기도 앞당길 것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중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및 스페인 등과 같은 나라에 긴축을 요구하면서 독일 기관이 다른 유럽국에서 행한 대출에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이 때문에 메르켈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두드러진 예외인 그리스를 제외하고 이들 국가는 지금껏 대체로 채무국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만 독일인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저축 예금자들의 나라에서는 예금자의 돈을 예금계좌에 넣어 놓는 대가로 수수료만 얻을 뿐이었습니다. 독일 은행들은 수익성이 극히 낮으며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연기금은 플러스 수익률을 제공하는 고정소득 투자상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그 지불 능력을 위태롭게 합니다. 세금 인하 및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지출은 장기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이것은 연기금의 문제를 완화할 것입니다. ECB 마이너스 예금금리 정책은 독일 은행들에게는 혜택이 될 수도 있지만 보다 완화된 재정 정책을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한층 강력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ECB는 이 정책을 종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 다른 지역의 최근 선거를 봤을 때 CDU/CSU/SDP 연정이 그런 정책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은 그렇게 할 의사가 있는 다른 정치 집단을 찾을 것입니다. 확대된 재정지출과 세금 인하로 최근 이탈리아의 채권수익률은 급등했습니다. 공공부채가 독일의 두 배가 되는 이탈리아에서 이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독일에게는 확실히 긍정적일 것입니다. 한편 미국의 단기 및 장기 금리는 2017년 미국이 방향을 전환하여 재정 적자를 확대하기 시작한 이후 상당히 올랐습니다. 하지만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독일은 60%인데 비해 미국은 100%이며, GDP의 1.3% 잉여가 아닌 2.2% 적자 상태에서 재정 확대를 시작했습니다.
독일이 이탈리아와 미국을 따라 긴축 재정정책에서 전환한다면 가장 실적이 좋았던 채권 투자상품인 독일 국채(그림 10)는 하락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독일 국채는 프랑스 국채, 즉 OAT 및 비록 유로존은 아니지만 영국 길트채를 포함하여 유사한 등급의 유럽 국채의 수익률을 보이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이것은 미국 장기금리를 억제하고 있는 압력 일부를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의 재정정책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변화는 지역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글로벌 수준이 아니라면 최소한 유럽 수준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처럼 고정소득 투자자들은 메르켈 정부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메르켈의 총리직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고 이와 함께 독일의 긴축재정 정책도 종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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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놀란드는 CME Group 상무이사 겸 선임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에릭 놀란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추적하고 경제적 변수를 평가하며 CME Group과 그 사업전략 및 동 소속 시장의 투자자들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는 경제 분석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CME Group의 글로벌 경제 및 금융상황과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대변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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