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1989년 이후 처음으로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USD) 기준으로 보면, 같은 기간 엔화(JPY) 가치가 달러당 102에서 142로 약화됐기 때문에, 이미 2021년에 1989년 고점을 경신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021년 이후 일본 증시는 엔화 기준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달러 기준으로 닛케이 225는 횡보했습니다. 엔달러 환율(JPYUSD)이 160에 육박하는 등 엔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엔화를 기준으로 보면 Nikkei 225 지수는 작년 말부터 좁은 박스권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1989년 고점 부근에 머물러 있습니다(도표 1).

도표 1: 엔과 달러 관점에서 일본 증시는 1989년 고점 부근에 머무르는 중

지난 35년간 닛케이 225의 성과는 S&P 500의 성과와 극명히 대조됩니다. 1989년 12월 31일 이후 닛케이 225의 프라이스리턴(주가수익·PR)은 엔화 기준 -1.1%, 달러 기준 -8.6%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의 PR은 1,586%에 달했습니다(도표 2). 재투자된 배당금을 반영하는 토털리턴(TR)은 닛케이 225가 엔화 기준 +54%, 달러 기준 +42%입니다. S&P 500의 달러 기준 TR은 +3,331%입니다.

도표 2: 1989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닛케이 225를 크게 상회함

1989년 일본 시장은 전 세계 선진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해, 36%를 점하던 미국 시장을 잠시 앞질렀습니다. 오늘날은 미국 시장이 74%를 차지하는 반면, 일본 시장의 비중은 7% 미만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밸류에이션 지표에서 일본 주식은 미국 주식에 비해 저렴해 보입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일본 주식이 미국 주식에 비해 훨씬 낮은 배당금을 지급했습니다. 닛케이 225 지수의 배당 수익률은 주로 0.5~1.0% 정도였습니다. 현재 닛케이 225 지수의 배당 수익률은 1.84%로, 미국 주요 지수의 배당 수익률보다 높습니다(도표 3).

도표 3: 일본 주식은 미국 주식보다 더 높은 배당금을 지급함

닛케이 225 지수의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주가수익률(PER)의 역수)은 4.9%입니다. S&P 500의 4.1%를 상회하고, 3% 미만인 Nasdaq-100이나 Russell 2000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도표 4). 이익수익률은 종종 장기 채권금리와 비교됩니다. 3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4.6%로 S&P 500의 이익수익률보다 0.5% 높습니다. 반면, 30년물 일본 국채금리는 2.3%로, 닛케이 225 이익수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이는 미국 국채에 비해 미국 주식이 고평가된 반면, 일본 국채에 비해 일본 주식이 저평가됐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10년물 기준으로는 차이가 더 명확합니다. 미국은 4.4%, 일본은 1.06%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도표 4: 일본의 이익수익률은 미국보다 훨씬 낮은 편

주가매출비율(PS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다른 밸류에이션 지표도 일본 주식의 저평가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닛케이 225는 연간 매출 대비 0.96배, 순자산가치(Book Value) 대비 1.43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S&P 500의 경우는 3.1~5.3배, Nasdaq-100의 경우 5.4~8.4배입니다(도표 5·6). 미국 주식 가운데 일본 주식과 밸류에이션이 비슷한 것은 그나마 소형주 정도입니다.

도표 5: 주가매출비율(PSR) 기준, 일본 주식은 저평가로 보임

도표 6: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일본 주식은 저평가로 보임

일본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미국 주식보다 훨씬 높았다가 훨씬 낮아진 것에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한 차이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성장 속도를 비롯해 각 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종류 등이 포함됩니다. 1989년 이후 일본의 실질 GDP는 약 40% 증가했습니다. 미국의 실질 GDP는 같은 기간 동안 137% 증가했습니다.

미국 인구의 빠른 증가가 이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일본 인구가 1989년 1억 2,310만 명에서 현재 1억 2,260만 명으로 감소한 반면, 미국 인구는 같은 기간 동안 2억 4,400만 명에서 3억 4,100만 명으로 40% 증가했습니다. 일본의 1인당 실질 GDP는 1989년 이후 41% 증가한 반면, 미국은 70% 증가했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나라로, 현재 45~55세 인구가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있고 이미 은퇴한 인구는 그보다 더 많습니다(도표 7). 일본은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는 젊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입니다.

도표 7: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화된 국가

한편, 미국의 인구 구조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입니다(도표 8). 출생률이 높고 이민자가 많아 고령 인구를 부양하고 노동력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수준입니다.

도표 8: 훨씬 건강한 상태인 미국의 인구구조

주식시장의 섹터 비중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S&P 500은 정보기술(IT) 주식의 비중이 32%인 반면, 닛케이 225는 24%입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IT 주식은 일본 IT 주식의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일본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는 가운데, 미국 주식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는 일본 주식이 좋은 분산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에 반영된 실적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인구 구조 외에도 일본 증시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미국의 무역 정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수출은 2023년 일본 GDP의 16.8%를 차지했습니다. 이 중 18.8%의 수출 상대국이 미국이었습니다. 즉, 일본 GDP 중 약 3.2%가 미국 수출에서 발생합니다. 미국이 10% 또는 2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 GDP가 0.3%에서 0.6% 감소하고, 이에 따라 닛케이 225에 속한 많은 기업이 실적 부진에 빠질 수 있습니다. 때때로 시장은 경제 펀더멘털이 보증하는 수준 이상으로 이런 변화에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통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합니다. 달러와 닛케이 225(엔화 표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환율의 영향을 받습니다. 엔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닛케이 225(엔화 표시)에 유리합니다. 수출과 해외에 보유한 금융 자산 및 부동산, 플랜트, 장비 투자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달러 관점에서 보면, 엔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이점을 상쇄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도표 9).

도표 9: 닛케이(엔화 표시)는 2007년 이후 일반적으로 엔화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임

엔화는 빠르게 움직였으며, 국내외 투자자 모두의 입장에서 닛케이 225의 지속적 변동성을 가져왔을 수 있습니다(도표 10). 일본 엔화와 인구 구조 및 부채 규모와의 관계를 최근 기사에서 심층 분석했습니다.

도표 10: 엔화 가치는 2013년 이후 급락했으며, 2024년에 높은 변동성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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