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21년에는 미국 연금의 주요 투자수단인 미국 주식/채권 롱온리(Long only)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환경이 펼쳐졌습니다.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미국 주식시장이 급등한 결과, S&P 500 지수 수익률이 단기국채(T-Bills) 수익률보다 500% 가까이 높았습니다.
-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은 단기국채 수익률보다 60% 가까이 높았습니다.
- 미국 주식과 채권은 지속적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주식/채권의 롱포지션 조합이 매우 높은 위험조정성과를 거뒀다는 의미입니다(도표 1).
도표 1: 매크로 헤지펀드 전략은 제로금리 기간에 난관에 부딪혔으나 이후 다시 부활함
미 국채에 대한 옵션조정 스프레드가 2009년 초 16%에서 2021년 말 3% 이하로 좁혀지면서, 블룸버그 하이일드 지수가 260% 상승하는 등 회사채도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연금 운용사들은 기업투자(PE), 사모대출, 벤처캐피탈, 인프라 투자와 같이 유동성이 낮은 전략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으며, 그 수익률은 상장시장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한편, 1990년대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탁월한 수익률을 기록했던 추세추종형 CTA(Commodity Trading Advisor)와 글로벌 매크로와 같은 헤지펀드 전략은 2009~2020년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전형적인 헤지펀드 전략은 무위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계좌에 자본을 투자하고 해당 계좌를 담보로 하여 파생상품 시장에서 롱포지션과 숏포지션을 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2009년 단기금리가 제로에 도달했을 때 헤지펀드는 트레이딩에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잃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는 대부분의 시장이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추세가 약해, CTA 운용사가 트레이딩 비용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2010년대에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낮은 인플레이션과 제로 수준의 금리를 배경으로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글로벌 매크로 운용사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투자 환경에는 5가지 이유로 급격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 먼저, 주식-채권의 음의 상관관계가 양의 상관관계로 돌아섰습니다. 수학적으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면 주식과 채권을 모두 매수하는 투자자의 분산 효과가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도표 2와 3).
- 단기금리와 장기채권금리가 모두 급등하면서, 미 국채 가치가 급락했습니다(도표 4).
- 하이일드 채권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역사적으로 좁은 수준을 유지 중이며, 이는 스프레드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한층 더 좁혀지지 않는 한 하이일드 채권이 탁월한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도표 5).
- 주식시장 또한 2022년 극심한 약세장을 보낸 뒤 2023년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2024년에는 현재까지 S&P 500과 같은 일부 벤치마크가 단기국채보다 소폭으로 아웃퍼폼하는 한편, 러셀 2000 지수와 같은 다른 벤치마크는 더 낮은 수익을 거두면서 뒤쳐진 상황입니다(도표 6).
- 높은 자금조달 비용은 사모대출, 사모펀드, 벤처 캐피털의 롱온리 투자 전략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도표 2: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주식-채권 상관관계가 다시 양(+)으로 전환됨
도표 3: 주식/채권 롱온리 포트폴리오가 음의 상관관계 상황에서 독보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둠
도표 4: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20년 3월 이후 장기국채 가격이 50% 하락함
도표 5: 국채 대비 회사채 스프레드는 역사적 저점에 근접함
도표 6: 2021년 11월 이후, 대형주 수익률은 단기국채 수익률을 아주 근소하게 상회함
롱온리 투자가 리스크를 정당화하려면 단기국채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합니다. 단기국채금리가 제로에 가까울 때는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롱온리 리스크 전략을 주장하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단기국채금리가 연 5%일 때는 이러한 투자에 대한 논거를 제시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반면 5%의 단기국채금리는 추세추종 CTA, 통화 오버레이 및 글로벌 매크로 운용사에게 호재로 작용합니다.
인플레이션은 주식-채권의 상관관계 변화를 뒷받침합니다. 주식과 미국 국채는 1970년대부터 1998년까지 일반적으로 +0.4 수준의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투자자들의 공포가 주로 인플레이션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경제지표가 컨센서스보다 강세를 보이면 일반적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채권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으로부터 자본이 이동하기 때문에, 주식은 보통 채권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주식과 채권의 양의 상관관계는 1998년 러시아 채무불이행과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헤지펀드 위기로 인해 약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보다 금융 불안정을 더 두려워하면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는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롱온리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에 내재된 분산 효과를 강화합니다. 이러한 상관관계 변화는 2001년 닷컴버블 붕괴로 주가와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채권가격이 급등했던 경기 침체기에 더욱 탄력을 받았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마침내 주식-채권 사이에서 상당한 마이너스의 상관관계가 형성되도록 만들었고, 이는 그 후 10년 이상 유지됐습니다. 이러한 시장 심리와 상관관계 구조의 변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낮게 유지되던 인플레이션이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면서 주식-채권 상관관계가 다시 플러스 영역으로 돌아섰고, 도표 2처럼 주식/채권 혼합 포트폴리오의 위험조정성과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주식시장은 2023년에 이어 2024년 현재까지 반등했지만, 채권시장은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미 경제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고 중국은 성장이 부진하며 유럽과 일본은 그 어딘가에 끼어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과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는, 글로벌 매크로 및 추세추종 CTA들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에서 낮은 상관관계를 이용해 플러스 수익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거시적 추세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유형의 전략은 2020년대 들어 지금까지 강한 반등을 보였습니다(도표 7).
도표 7: 금리 인상과 거시경제 상황의 분산으로 인해 헤지펀드 수익률이 상승함
롱온리 투자와 헤지펀드 투자의 상대적 매력도에 대한 전망에는 인플레이션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1992~2021년의 인플레이션은 낮고 안정적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 냉전의 종식으로 군비 지출이 크게 감소한 결과,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생산 능력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더 많아졌습니다.
-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과 이를 이어받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로 인해 무역 장벽과 무역 마찰이 감소했습니다.
- 중국과 구 동구권이 세계 경제에 통합된 초기에는 인건비가 매우 큰 격차를 보여, 고소득 국가의 상품 생산 부문에서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서구 경제에 값싼 공산품이 넘쳐났습니다.
- 199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인터넷의 제1차 물결로 인해 중간 유통업자가 사라지면서 생산성이 급증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추세는 대부분 멈추거나 역전됐습니다.
-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GDP에서 국방비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자유무역의 확대 추세가 역전되어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생산 온쇼어링 및 니어쇼어링의 물결이 일었고, 이는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 중국과 같이 한때 소득이 낮았던 국가들은 이제 중산층 국가가 되어 예전처럼 저렴한 상품 공급이 어려워졌습니다.
- 소셜 미디어 중심으로 형성된 인터넷의 제2차 물결이 생산성 향상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면서, 생산성 증가는 급격히 둔화됐습니다. 다만, 생성형 AI는 제3차 생산성 성장기를 만들어 낼 잠재력이 있는데, 이는 특히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생성형 AI는 전력망, 반도체 제조업체, 구리 생산업체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높은 단기금리를 더 오래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금리 선물시장에서 널리 예상되는 것처럼 금리 인하가 실현되더라도, 정책금리는 제로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시기가 1992~2021년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롱온리 국채/주식 포트폴리오가 좋은 성과를 내던 1954~1965년에도 미국은 낮은 인플레이션을 누렸습니다. 이후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과 대공황 상황에서 미 경제가 과열되면서 1966~1969년 인플레이션이 1차적으로 급등한 것입니다. 1969~1972년에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지만,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았고, 1973~1980년에는 두 차례의 대규모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도표 8).
도표 8: 최근의 인플레이션 급등은 1965~69년과 비슷한 양상일까?
이번에도 글로벌 경제가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식품·에너지 제외)은 2022년 6.6%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약 2배 수준입니다. 인플레이션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국채/주식의 롱온리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주식 가격이 박스권에서 거래되면서 가치가 70%까지 하락했습니다(인플레이션 조정 기준). S&P 500 시가총액은 GDP의 110%에서 25% 수준까지 감소했습니다(도표 9).
도표 9: 미국의 주식 밸류에이션이 현재 수준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음
현재 주식시장은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으며, 주가매출비율(PS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다른 지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과 채권금리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더라도 주식시장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투자자는 전통적인 주식/채권 투자와의 상관관계가 낮고 고금리 환경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대안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