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농산물 가격 상관관계의 하락 움직임
2023년 4월 3일 OPEC+는 하루당 100만 배럴 감산을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유가는 하루 만에 5% 상승하며 반응했지만, 상승한 것은 유가만이 아니었습니다. 휘발유와 초저유황디젤유(구 난방유) 가격은 3% 상승했고 옥수수, 소맥, 대두, 대두유 가격은 모두 1~2% 상승했습니다.
농산물 가격이 원유 가격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수년간 분명했습니다. 농산물 가격과 WTI 가격을 나란히 비교하면 시각적으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림 1~4).
(그림 1~4).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대체로 농산물 가격이 WTI 가격을 추종하는 모습
WTI 원유와 옥수수 가격 추이
WTI 원유와 소맥 가격 추이
WTI 원유와 대두 가격 추이
WTI 원유와 대두유 가격 추이
이러한 연관성은 매우 강력해 보였지만, 원유와 농산물 가격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옥수수 및 대두 가격과의 격차가 눈에 띄고, 대두유 가격과의 격차는 그보다 덜 벌어졌습니다. 원유 가격은 2022년 6월 말부터 2023년 3월 말까지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반면 옥수수, 대두, 대두유 가격은 그다지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격차를 전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맥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흑해 지역은 전 세계 소맥 생산량의 7.5%를 수출하는데, 이는 수출 2위 국가인 미국 수출량의 약 3배에 달합니다. 흑해 지역은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약 3%를 수출하는데, 이는 각각 전 세계 생산량의 6%를 차지하는 미국과 남미(브라질 +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수출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대두를 거의 수출하지 않지만 해바라기유 수출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기 때문에 대두유 가격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황을 보면 농산물과 WTI의 가격 격차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휘발유와 경유는 정유공장의 병목현상으로 인해 원유에 비해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병목현상 중 일부는 전쟁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유를 글로벌 벤치마크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수출할 수 있지만, 정제된 상품을 비슷한 규모로 수출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원유 공급은 넉넉해서 시장에 때아닌 과잉 재고가 남아있는 반면(적어도 OPEC+ 감산 이전에는), 휘발유와 경유 재고는 계절에 맞지 않게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그림 5~7). 그 결과 원유와 원유 정제 상품 간의 크랙 스프레드가 과거 평균보다 훨씬 더 확대됐습니다(그림 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