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주요 전환점이 맞물리면서 리스크의 본질과 관리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변화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많은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미중 관계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됐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풍, 폭염, 가뭄 등의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령화가 심화된 산업 국가들은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인해 심각한 역풍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으로 인해 일부 시장에서 변동성이 고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량화가 어려운 ‘불확실성’과, 그보다 정량화가 용이한 ‘알려져 있는 리스크’ 간의 차이점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테마가 시장에서 충돌함에 따라, 장중 가격 변동 폭이 눈에 띄게 커지는 날이 예전보다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가격은 일일 표준편차로 측정하는 전형적인 변동 폭보다 큰 폭으로 출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가격 갭이 큰 거래일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가격은 기존의 변동성 분석에 활용하던 일일 표준편차로 산출한 값에 비해 더 갑작스럽게 급등하거나 급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변동성 측정 방법을 살펴보려 합니다. 즉, 가격 변동률(=일간 수익률)의 일일 표준편차를 활용하는 방법과, 변동성 분석을 복잡하게 만들고 변화시키는 가격 갭 리스크의 확률들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여기에서는 프랭크 나이트 교수(1885~1972)가 1920년대에 저술한 ‘리스크, 불확실성, 수익’(Risk, Uncertainty, and Profit / 1921)에서의 전통적인 구분법을 적용하여 변동성의 변화된 본질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나이트 교수의 불확실성'은 정량화하기 매우 어려운 반면, 일반적인 변동성 계산에서 고려하는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합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 표준편차 등의 전통적 지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대한 글로벌 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더 고조된 상황에서, 리스크와 변동성의 특성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로 인해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렵고 복잡해지더라도 말입니다. 다만, 측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해서 리스크 관리를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는 재무적 성공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핵심 가설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특정 유형의 이벤트 리스크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입니다. 이 분석에서 언급하는 이벤트 리스크의 정의는 ‘잠재적 결과가 완전히 다른 둘 이상의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거나(즉, 채권금리 하락)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는(즉, 채권금리 상승)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환경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밖에 발생 가능한 이벤트 리스크의 예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우크라이나, 중국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유가 상승/하락,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따른 엔화 상승/하락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벤트 리스크와 관련해 인식해야 할 중요한 점은, 이벤트 리스크의 영향 하에서 시장 거래가 얼마나 변화할지, 그리고 이에 따라 리스크 관리 접근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결과가 전혀 다른 이벤트 리스크 시나리오에 시장참여자가 집중하는 경우, 각 결과가 발생할 확률의 변화가 중요해집니다. 즉, 시장참여자는 새로 확인된 경제지표가 시나리오의 확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기준으로 경제지표를 바라봅니다.
미국 금리를 예로 들어, 시장참여자가 이벤트 리스크 환경에서 경제지표를 어떻게 달리 해석하게 되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전통적 방식의 해석에 따르면, 미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2022년 6월 9%에서 2023년 6월 3%로 하락함에 따라 단기 금리와 장기 채권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2023년 여름처럼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진 이벤트 리스크 상황에서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개선되었지만 시장참여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연준이 (당시 거의 하락하지 않은) 근원 인플레이션과 여전히 견조한 고용시장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업률 지표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보다 더 중요했습니다. 또한, 실업률이 4% 미만으로 유지된 것은 경기침체 확률이 낮아진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높은 연방기금금리와 수익률곡선 역전에도 불구하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를 오랫동안 크게 상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2023년 여름에는 “경기침체 모면” 시나리오를 시사하는 새로운 지표들이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연준이 시장참여자의 과거 예상보다 더 오래 높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했습니다.
이벤트 리스크 환경의 흥미로운 점은, 해당 이벤트 결과가 확인되기 전에도 시장 변동성이 실제로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서로 다른 두 결과와 연관된 확률들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변동성은 확률들이 움직일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확률들이 변동할 때는 새로운 이벤트 시나리오의 확률들을 반영하면서 가격이 급격히 변화하며 갑작스럽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모든 것이 리스크 관리에 시사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상승이든 하락이든) 가능성으로 초점이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방향성이 없는 잠재적 가격 갭은 스트래들, 스트랭글 등의 멀티레그 옵션 전략에 유리합니다. 이에 비해 선물 상품은, 리스크 관리가 특정 방향의 가격 변동에 주로 초점을 맞출 때 선호되는 리스크 관리 수단입니다.
Black-Scholes-Merton과 같은 전통적 옵션 가치평가 모델은 가격 갭이 없다고 가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선물 및 옵션의 적절한 활용 시점이 더 명확히 구분됩니다. Black-Scholes-Merton 모델에 기반한 델타헤징 등의 리스크 관리 방식은 가격 급변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대한 프랭크 나이트의 생각에 비추어 볼 때, 전통적이며 정량화할 수 있는 ‘리스크’에 비해 정량화가 어려운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 지난 몇 년 동안 그랬듯이 특히 채권 및 주식의 옵션거래가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벤트 리스크가 높아지면 리스크 관리의 기준기간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이벤트 발생 시기가 가깝다고 여겨질수록 만기가 짧은 옵션거래가 선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로데이 옵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런 현상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표준편차 등 기존 변동성 지표의 예측보다 장중 가격이 더 극단적으로 출렁이는 경우,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