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는 지난 9개월 동안 세 차례 감산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2022년 10월에는 하루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23년 4월 초에는 추가로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6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 한 달간 자발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을 추가 감산할 것이며, OPEC+가 감산 기간을 2024년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6%에 해당하는 하루 366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산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OPEC+는 감산의 이유로 글로벌 수요 약세를 꼽았으며, 이는 시장을 제대로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수요 약세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 연비 고효율 차량에 따른 지속적인 원유 수요 감소
- 주행 거리 감소
- 부진한 중국 경제성장률
연비 효율 개선
모델연도 2004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내 차량의 평균 연비는 갤런당 19.3마일에서 26.4마일(리터당 8.6km에서 11.9km까지)로 증가했습니다(도표 1). 미국인의 차량 보유 기간이 평균 1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도로를 달리는 차량 중 약 8%가 새 차량으로 교체되는 셈입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확인되며, 평균 자동차 수명은 12년입니다.
도표 1: 2022년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2004년 당시보다 연료 단위당 평균 37% 더 주행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차량 교체 주기가 이보다 더 빠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운전자의 평균 차량 보유 기간은 약 9년입니다. 중국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평균 차량 보유 기간이 4.4년에 불과합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도로를 주행하는 평균 차량의 주행 거리당 연료 사용량이 전년 대비 매년 약 1.6% 감소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전 세계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사람들이 전년보다 매년 약 1.6% 더 많이 주행해야 합니다.
주행 거리 감소
하지만 사람들의 주행 거리는 전반적으로 증가하기보다 감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도로교통국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3년 현재까지 2019년 동 기간에 비해 약 2.6% 짧은 거리를 주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2019년 이후 미국인들의 주행 거리당 연료 사용량이 약 6% 감소했습니다.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통해 부분적이나마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수요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도표 2).
도표 2: 미국 내 주행 거리는 팬데믹 이전보다 2.6% 감소
주행 거리(단위: 10억 마일) vs. 원유 가격
중국에서는 하락세가 훨씬 더 가파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해제하고 3개월이 지난 2023년 3월, 중국 내 주행 거리는 2019년 3월에 비해 약 50% 감소했습니다(도표 3).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2020년, 2021년, 2022년에 비해 원유 수요가 증가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에는 크게 못 미쳤습니다.
도표 3: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못 미치는 중국 내 주행거리
중국: 주행 거리(단위: 10억 마일)
중국에서 주행 거리가 크게 반등하지 않은 것은 재택근무 선호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경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 지표 중 많은 항목이 예상 밖의 약세를 보였습니다. 주택 가격과 주택건설 지표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수출도 모두 감소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전년 대비 증가 중이지만, 그 속도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느립니다. 전반적으로 많은 중국 가정이 여행보다 저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년 동안 유가는 이른바 리커창 지수를 추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리커창 지수는 철도 물동량, 전력 생산량, 은행 대출의 전년 대비 변화로 구성된 수치입니다. 리커창 지수는 전년 대비 6.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양호하지만 대단한 수준은 아닙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도표 4). 이 지수는 유가보다 약 12개월 선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도표 5). 따라서 중국의 완만한 성장률이 차량 연료 외에 제트유와 플라스틱 등의 상품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도표 4: WTI는 시차를 두고 리커창 지수를 추종하는 경우가 많음
WTI 가격, 리커창 지수 전년 대비 변동률
도표 5: WTI 원유는 중국의 성장률 변화를 약 1년 뒤에 추종하는 경우가 다수
GDP 및 리커창 지수의 성장률과 WTI 가격의 상관관계
원유 시장이 중국의 성장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원유 순수출국이던 중국이 2010년대에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 변동은 전 세계 원유의 한계가격에 영향을 끼쳤던 경우가 많았으며, 그 역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도표 6).
도표 6: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소비 증가율과 전 세계 원유 가격
중국 본토: 원유 생산 및 소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가 대폭 할인된 것도 글로벌 유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수요 약세가 유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재고량은 주요 상승 리스크입니다. 원유 재고는 평균에 가깝지만, 휘발유와 디젤유 재고는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도표 7). 지금까지는 OPEC+가 감산에 나서도 유가가 상승하지 않았지만, 재고 수준이 낮은 만큼 시장은 추가적인 공급 충격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