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미 노동통계국(BLS)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2022년 6월의 전년비 9.1%에서 3.0%로 떨어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4.8%로 지난 6월 5.9%에서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BLS가 강조하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실험적" 데이터인 조정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표 1)를 통해 보면 근원 인플레이션이 실제로는 훨씬 낮다는 것입니다.
도표 1: 전년 대비 조정근원CPI(OER 제외)는 2.3% 수준
미국의 다양한 CPI 측정 방식
조정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근원CPI에서 소유자 등가 임차료(OER)를 제외한 것입니다. OER은 주택 소유자가 지불한다고 가정하는 임차료입니다. OER을 제외한 전년 대비 조정근원CPI는 2.3%에 불과하여 공식 인플레이션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조정근원CPI는 유럽연합(EU)의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에 기반합니다. 즉, 임대차 부동산의 실제 임차료는 포함하지만,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임차한다고 가정하는 않습니다. OER을 간단히 정리하면, 인근 부동산 임대차료를 기준으로 주택 소유자의 거주 주택에서 발생할 추정 임대차료를 계산한 것입니다. OER에는 3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 OER은 실제 수치가 아닙니다. 아무도 본인 소유의 집에 임차료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 OER은 근원CPI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비율을 왜곡합니다. 실제 임차료(실제로 부동산을 임차한 사람이 지불하는 임차료)는 근원CPI의 약 9%를 차지합니다. OER은 추가로 24%를 차지합니다.
- OER은 주택 시장과 전체 인플레이션의 후행 지표입니다.
공식 근원CPI가 전년 대비 4.8%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OER이 전년 대비 7.8%의 속도로 상승 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OER은 주택 비용의 후행 지표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OER의 전년 대비 변화는 평균 약 21개월의 시차를 두고 실제 주택 구입 비용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도표 2 및 3).
도표 2: 실제 주택 비용의 후행 지표인 소유자 등가 임차료
소유자 등가 임차료(OER) 대 주택가격지표(S&P Corelogic Case Schiller 20 Cities Home Price Index)
도표 3: 조정근원CPI 수치에 따르면, 연준 정책은 2007년 이후 가장 긴축적인 상황
미국 조정근원CPI 및 연방기금금리
신규 주택 구입 비용의 증가 속도는 2022년 4월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시 OER은 전년 대비 4.8% 상승에 그쳤습니다. 해당 시점의 조정근원CPI는 공식근원CPI보다 약 0.5%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2023년 4월 현재 주택가격은 1.7% 하락했지만 OER은 8.1%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조정근원CPI는 2.5% 수준으로 공식근원CPI보다 낮습니다.
두 지표의 차이는 단순히 경제 통계를 둘러싼 난해한 학문적 논쟁이 아닙니다. 이는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7월 26일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됐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지만, 연준은 OER의 영향을 받은 가정에 근거해 근원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됐다며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주택 소유자가 스스로 임차료를 지불한다는 개념을 배제하고 나면, 연준의 통화 정책은 너무 과도하게 긴축적일 위험이 있습니다. 연준이 7월 26일 금리를 5.375%로 인상하면 정책금리가 조정근원CPI보다 3% 이상 높아져 실질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이후 최고치가 될 것입니다.
채권 트레이더는 분명 근심에 빠졌습니다. 10년물-3개월물 수익률 곡선 역전은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심화된 상태입니다(도표 4). 수익률 곡선은 지난 20년 동안 1~2년의 시차를 두고 미래 경제 성장을 예측하는 믿을만한 지표로 여겨져 왔습니다.
도표 4: 채권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수익률 곡선 역전. 1981년 이후 가장 크게 역전된 상황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 및 GDP 성장률
연준의 긴축 수준을 고려할 때 왜 경기침체가 아직인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채에 고정금리가 적용되어 있고, 모든 부채의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연준 통계에 따르면 상업·산업 대출의 가중평균만기는 749일, 즉 약 2년입니다. 자동차 대출 평균 만기는 66개월, 즉 5.5년입니다. 미국 모기지 대부분은 15~30년 만기이며, 그중 92%에 고정금리가 적용됩니다. 연방 부채의 평균 만기는 약 7년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 및 기타 대출의 만기가 도래해 훨씬 높은 금리로 재융자를 받아야 한다면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질 것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대부분 경기침체로 이어졌습니다(도표 5). 현재의 긴축 사이클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981년 이후 기준금리가 가장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1981년 긴축 사이클은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져 실업률이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10.8%까지 치솟았습니다.
도표 5: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많은 경우 경기침체를 초래함. 이번 긴축은 다른 사이클보다 더 급격히 진행됨
통화긴축 사이클과 뒤이은 경기침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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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기준금리 정점… | 인상폭(bp) | 경기침체 시작… | 지연 기간(개월) |
2023년 5월 | 500 | ??? | ??? |
2018.12 | 225 | 2020.2 | 14 |
2006.6 | 425 | 2007.12 | 17 |
2000.5 | 175 | 2001.3 | 10 |
1995.2 | 300 | 연착륙 | 해당 없음 |
1989.2 | 388 | 1990.7 | 17 |
1984.8 | 325 | 연착륙 | 해당 없음 |
출처: Bloomberg Professional (FDTRMID), NBER Business Cycle Dating
또한 부채 규모가 상당한 가운데 연준이 500bp 이상의 긴축을 단행한다는 점도 우려가 됩니다. 미국 경제의 부채 규모는 1981년의 두 배에 달하며 2007년보다 훨씬 큰 상황입니다(도표 6).
도표 6: 미국 부채 규모는 2007년보다 크고 1980년대 초의 두 배
미국 부채
정리하자면, 연준이 OER에 기반한 왜곡된 이해를 바탕으로 근원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판단해 통화정책을 과도하게 긴축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로 인해, OER을 배제한 인플레이션이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에서 실업률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구입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24년 OER 하락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공식근원CPI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준의 과도한 긴축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OER을 배제한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하락하면, 연준은 결국 현재 예상보다 훨씬 빨리 금리를 인하하게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