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및 스위스 은행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미 연준(Fed)의 금리 예상치가 급격히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4회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던 트레이더들이 불과 몇 주 사이에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긴 할 것인지, 아니면 올여름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그림 1).
그림 1: 지난 몇 주 동안 급변한 금리 예상치
SOFR 선물곡선(3월 8일⇒ 3월 24일)
금리 기대치의 급변은 금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거의 모든 주요 중앙은행의 준비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은 여전히 사실상 통화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습니다. 따라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형성되면 금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말부터 단기 금리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투자자 기대치가 급변하면서 미국·유럽·라틴아메리카·한국·일본의 인플레이션은 급등했지만 금값은 상승하지 못했습니다(그림 2).
그림 2: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치와 금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임
2년 선도 연방기금금리 선물 및 금 가격
금시장 랠리가 좌절되자, 금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간주하던 많은 투자자가 당황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기대치가 금 가격에 각각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연준이 198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금값 하락 압력이 인플레이션에 의한 상승 압력보다 일시적으로 더 강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8~2020년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승한 것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급등을 예견한 것이라는 논리도 있습니다. 2018년 말부터 연준이 2019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이 랠리를 촉발했습니다. 실제로 연준은 25bp의 금리 인하를 세 차례 단행했습니다. 팬데믹 초기에 연준이 추가로 150bp를 인하하고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매달 1조 달러씩 보유자산을 확대하자 금값이 한층 더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7월 미국에서 금리 기대치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금값이 정점을 찍었습니다.
금 가격은 오래전부터 금리 기대치의 일별 변동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왔습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가파른 긴축을 예상하는 기간에는 금값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고, 연준의 완만한 긴축을 예상하는 기간(또는 연준의 금리 인하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기간)에는 금값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작년에 특히 뚜렷했습니다(그림 3).
그림 3: 금 가격은 연준 금리 기대치의 일별 변동과 음의 상관관계를 가짐
2년 선도 연방기금금리와의 상관관계
연준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치만 보면, 연준이 곤경에 처한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연준이 해결해야 할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6%로 너무 높고(연준 목표치는 2%) 은행 시스템이 압박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면 금리 인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금리가 더 인상되면 지방은행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은행들의 수익률을 압박하고 있는 두 가지 관련 현상이 있습니다. 첫째, 장기채 채권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일부 은행은 장기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경우 보유 국채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또한,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면 은행은 원래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단기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자금을 빌리기 위해 예금자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은 상황에서 은행은 예금을 외부에 빌려줄 때 동일한 마진을 얻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 긴축도 대출 채무불이행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준은 이러한 대출기관(은행)의 고충을 감안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준 앞에 놓인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며 실질적인 완화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연준 금리는 여전히 근원 CPI보다 75bp 낮은 상황입니다(그림 4). 유럽은 상황이 훨씬 더 극단적입니다.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의 정책금리는 근원 인플레이션율보다 200bp 이상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미국 고용시장은 테크 업계의 정리해고와 최근 일부 지방은행이 겪은 소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입니다(그림 5).
그림 4: 연준의 반복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방기금금리는 여전히 근원 인플레이션보다 75bp 낮은 상황
연방기금금리 및 미국 근원 CPI
그림 5: 미국 고용주들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450만 명 많은 약 1100만 명의 신규 채용을 원함
미국 JOLTS의 구인 및 이직 건수
타이트한 고용시장이 완화되고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경험하고/경험하거나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면,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도곡선이 시사하는 것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와 지속적인 금 랠리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장 회복세가 유지되고/유지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보다 높게 유지되면, 연준은 현재 선도곡선이 시사하는 것보다 높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금값은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옵션 행사가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CME의 CVOL 지수에 의하면, 옵션 트레이더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직면해 금 옵션의 내재 변동성을 약 20%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장기 평균에 가깝고, 2020년과 2022년 초에 나타난 고점과는 거리가 멉니다(그림 6).
그림 6: 금의 CVOL은 과거 장기 평균에 가깝고 최고점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는 중
금 CVOL
그렇긴 하지만, 금 트레이더는 금의 극단적인 하방 리스크보다 극단적인 상방 리스크를 훨씬 더 많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CVOL의 상승 변동폭(현재 금 현물가격보다 행사가가 높은 옵션의 경우)은 약 22%, 하락 변동폭(현재 금 현물가격보다 행사가가 낮은 옵션의 경우)은 약 18%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즉, 트레이더가 약 4%의 스큐를 반영 중이며, 하방 변동성보다 상방 변동성이 4%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그림 7).
그림 7: 금 CVOL은 급격한 상방 스큐를 시사하지만, 이것이 향후 플러스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금 CVOL 스큐와 연방기금금리
하지만 이런 정보를 해석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과거에 트레이더가 하방 변동성보다 상방 변동성이 더 큰 것으로 책정했을 때, 이후 몇 달 동안 금 수익률이 저조한 경향을 보였습니다(그림 8). 반대로, 상방 리스크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책정했을 때에는 금 수익률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금 가격의 상방 리스크에 대한 트레이더의 낙관론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선도곡선이 연준의 200bp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낙관론은 이미 금값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