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은 2022년 11월 최근 저점을 기록한 이후 온스당 300달러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지난 4월 수준을 회복했을 뿐입니다. 더 길게 보면, 금 가격은 2020년 여름에 형성된 저항선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온스당 2,080달러를 돌파하지 못했으며, 최근 랠리 이후에도 여전히 약 140달러 하회하는 상황입니다(그림 1). 과연 금 랠리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2023년에 새로운 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그림 1: 2020년 여름부터 형성된 저항선 아래에서의 금 가격 움직임

금 가격이 저항선 아래에서 보인 움직임은 어떤 면에서는 놀라웠습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알려진 금이 인플레이션 급등 상황에서 랠리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2020년 1.3%에서 2022년 중반 9% 이상까지 상승하는 동안 금 가격은 횡보했습니다. 그렇더라도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 속성이 사라졌다고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2019년 봄과 2020년 여름 사이 금 가격은 6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때 연준은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완만했지만 2020년 3월에는 신속하게 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4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펼치기에 이릅니다.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에 실패했다기보다도, 랠리 종료 2년 이후에 닥치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금 투자자가 예상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2021년과 2022년에는 금 투자자가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상승은 달러와 기타 통화의 실물 자산(귀금속 등)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한 각국 중앙은행은 198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통화정책 긴축에 나섰습니다.

금은 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합니다. 중앙은행이 금을 준비자산으로 바라볼 때, 금은 여전히 사실상 글로벌 통화이지만 이자가 붙지 않는 통화입니다. 연준과 기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보유자산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USD)와 같은 명목화폐가 금보다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실제로 금 가격은,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2년 후 연준 기준금리 기대치의 일일 변동과 꾸준히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왔습니다(그림 2). 시각적으로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됩니다. 시장이 2019년과 2020년 초에 연방기금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이후 2020년 말과 2021년 시장은 연준이 유럽과 일본을 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지는 못할 것으로(또는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고, 금 랠리는 멈췄습니다. 마침내 2022년에는 연준이 40여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방향으로 기대가 쏠리면서, 9월까지 금 가격이 하락했습니다(그림 3).

그림 2: 금 가격은 연준 정책금리 기대치와 꾸준히 음의 상관관계를 보임

그림 3: 금 가격은 2년 후의 연준 금리 기대치와 반대로 움직임

그렇다면 4분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두 가지 요인이 금 랠리에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자제하다가 2023년 말과 2024년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월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2023년 하반기부터 200bp의 금리 인하가 개시될 것을 시사합니다(그림 4). 시장이 연준의 궁극적인 금리 인하를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금값 랠리가 나타났습니다.

그림 4: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은 2023년 말부터 200bp의 금리 인하가 개시될 것을 시사함

금의 회복을 도운 두 번째 요인은 미국 달러입니다. 미 연준은 다른 주요 중앙은행보다 앞서 2022년 중반부터 긴축에 나섰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달러는 유로·엔·파운드·금 대비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4분기에 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시사하고 다른 중앙은행이 긴축을 가속화하면서 미 달러는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후자는 과거 10년 동안 Bloomberg 달러지수와 꾸준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그림 5).

그림 5: 금 가격은 미국 달러의 일일 변동과 음의 상관관계를 가짐

따라서 금이 전고점인 2,080달러 또는 그 이상까지 상승할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 연준이 실제로 연말부터 금리를 200bp 이상 인하할 것인지? 또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나 예상보다 강한 성장이 완화 정책을 방해할 것인지?
  • 달러가 외화 대비 계속 하락할 것인지, 아니면 반등할 것인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금 가격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정자산 대비 미국 달러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해 금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저지해 금리 및 금 시장 가격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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