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금 관련 경제 리서치는 금리 기대치나 금-미국달러 상관관계와 같이 금 가격의 수요 동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리 기대치와 환율 변동이 일간 금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 거시경제 동인이지만, 공급 요인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금 공급량의 증가 또는 감소는 매년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금 공급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채굴 공급: 지표면에서 사실상 새로운 금을 채굴합니다.
  2. 2차 공급: 기존에 채굴되어 사용된 금이 재활용됩니다.
  3. 공적 거래: 전 세계 중앙은행이 진행하는 매수·매도 거래입니다.

채굴 공급과 거시경제

금 채굴 공급량은 시기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금 채굴 생산량은 1963~1965년 연간 약 5,300만 트로이온스로 정점을 찍은 후 1970년대 말에는 약 3,400만 트로이온스로 감소했습니다. 이후 1980~1999년 공급량은 3,400만 트로이온스에서 8,500만 트로이온스로 급증했습니다. 2008년까지 7,300만 트로이온스로 감소했다가 2016년에는 1억 2,000만 트로이온스로 다시 증가했습니다. 2016년 이후 2019년까지는 9,400만 트로이온스로 다시 감소했습니다.

금 공급량의 변화는 금 가격과 뚜렷한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습니다. 1970년대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35달러에서 835달러로 폭등했는데, 그 이유로는 브레튼우즈 고정환율제도 붕괴, 달러 약세, 1970년대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요인이 주로 거론됩니다. 이러한 수요 요인이 금 강세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1933년부터 1971년까지 금 1트로이온스는 35달러로 가치가 고정되어 있었는데, 1971년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달러의 구매력이 약화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1971~1979년에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32% 하락하고 1933~1980년에 소비자물가가 543% 상승한 누적 영향만으로는 1971~1980년 금값이 무려 2,285% 상승한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채굴 공급량이 36% 감소한 것은 금의 이례적인 강세장에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1980년 835달러였던 금값이 1990년대 후반 280달러로 하락한 것은 전반적인 달러 강세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높은 실질금리에 기인하며, 이는 1980년 13.5%였던 인플레이션을 1990년대 후반 2.5% 정도까지 완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거시경제 정책 변화가 금 약세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연간 채굴 공급량이 1980년 3,400만 트로이온스에서 1999년 8,500만 트로이온스로 급증한 것도 금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값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1년까지 트로이온스당 280달러에서 거의 2,000달러까지 상승해 강세장을 이어갔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주로 2002~2011년 미국달러의 급격한 약세와, 2000년 6.5%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0.125%로 하락한 연방기금금리가 언급됩니다. 강세장 초기에 연간 채굴 공급량이 15% 감소한 것도 금값을 지지해 주었을 수 있습니다.

금 가격은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하락세의 원인으로는 연준이 2013년 양적완화(QE) 종료를 발표하고 2014년까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 것과 2015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0.125%에서 2.375%로 인상한 것이 지목되기도 합니다. 금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이 시기는 금 채굴 생산량이 7,300만 트로이온스에서 1억 200만 트로이온스로 급증한 시기와도 맞물립니다. 어쩌면 미국 통화정책의 비교적 미미한 변화보다는 채굴 공급량의 변화가 금값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지 모릅니다.

이후 2019년 초부터 2020년 중반까지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200달러에서 2,080달러로 상승했을 때는 수요가 주요 동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하고, 2020년 3월과 5월에 3조 달러를 찍어내는 등 4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동안 채굴 공급량은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금 채굴 공급량과 금의 인플레이션 조정 가격 사이에 뚜렷한 반비례 관계가 드러납니다(도표 1).

도표 1: 금 채굴 공급량은 금의 실질가격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음

유통 금 공급량의 증가율 및 2021년 미국달러 기준 금 가격

2차 공급의 역할

매년 가격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채굴 공급과 달리, 2차 공급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것으로 보입니다. 2차 공급은 가격 수준의 영향을 받습니다. 가격이 상승하면 재활용(2차 공급)을 확대할 동기가 커집니다. 가격이 하락하면 재활용할 동기가 감소하는 편입니다. 어느 쪽이든, 시장에서는 2차 공급량을 이미 존재하는 금으로 취급하는 반면, 채굴 공급량은 시장에 새로 투입되는 금으로 간주합니다. 금 채굴 공급량은 금 실질가격의 전년 대비 변화와 강력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반면, 2차 공급량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도표 2).

도표 2: 금 가격 변동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2차 공급량

금: 펀더멘털 동인과의 상관관계

공적 거래(중앙은행 매수 및 매도)

중앙은행은 35,000메트릭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 역사상 채굴된 모든 금의 약 20%에 상당합니다. 이는 2022년 채굴량의 약 12배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앙은행은 금 순매도자(1977~1978년, 1982~2008년)와 순매수자(1979~1981년, 그리고 2009년 이후) 사이를 오갔습니다. 중앙은행이 금을 순매도하면, 사실상 민간 사용이 불가능했던 금이 시장에 추가 공급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을 순매수하면 금 공급량을 흡수해 금고에 보관하게 됩니다. 중앙은행의 매년 금 거래량은 1차 및 2차 금 공급량을 눈에 띄게 증감시킬 수 있습니다(도표 3).

도표 3: 사용 가능한 금 공급량을 증감시킬 수 있는 중앙은행

공급원별 금 공급량 및 공적거래 순매수량

중앙은행 매수량도 가격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도표 4).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 기간은 1979~1981년 금 가격 정점과 일치했습니다. 중앙은행 순매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9년 이후 금값을 지지해 준 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표 4: 중앙은행이 2009년 이후 금 가격을 지지해 주었을 가능성이 있음

공적 거래: 중앙은행 순매수(매도) 대 실질가격

금 채굴 공급량은 2023년 2%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금이 트로이온스당 1,95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전 세계 금광의 총생산원가(all-in sustaining cost)는 약 1,212달러인 상황에서, 금 채굴업체 수익률은 50% 이상으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굴업체의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투자 증가와 채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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