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일본중앙은행(BoJ)은 10년물 국채금리 상한 목표를 0.5%로 하되 시장 동향에 따라 어느 정도의 초과를 용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통화시장은 이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엔화(JPY) 가치는 처음에 미국 달러화(USD) 대비 1.4% 하락한 후 2.5%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대부분의 상승분을 반납했습니다.
일본중앙은행이 수익률 곡선 통제(YCC) 방침을 수정한 것에 대해 통화시장은 방향성을 정하지 못했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은 명확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11.6bp 상승한 0.555%에 도달해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매도세는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장기채권 금리가 1bp~14bp 상승했습니다.
엔화는 최근 몇 년 동안 변동성에 익숙해졌습니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3분의 1가량 감소했습니다.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 사이에는 가치 손실분의 약 3분의 1을 회복했으나 다시 매도세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여러 요인이 엔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으로 이런 변수의 향방에 따라 JPYUSD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 요인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 금리 차
- 양적완화
- 경제 성장률
- 상대적 무역수지
금리 차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는 작았습니다. 때로는 0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22년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양국의 금리 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습니다(도표 1). 이번세기 들어 지금까지 JPYUSD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도표 2).
도표 1: 2008년 이래 가장 크게 벌어진 미·일 금리 차
미국과 일본의 2년물 국채금리
도표 2: JPYUSD의 주요 동인: 일본-미국 2년물 국채금리
일본-미국 2년물 국채금리 및 JPYUSD 환율
2008년 이전에는 엔화가 자금조달 통화로 자주 사용됐습니다. 일본은 다른 국가보다 금리가 훨씬 낮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엔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더 높은 다른 통화로 자본을 운용했습니다. 소위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하지만 캐리 트레이드는 중단기 수익을 제공할 수 있으나, 투자자를 막대한 금융 리스크에 노출시킵니다. 1998년 10월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가 그 위험성을 목격했습니다. 같은 달 연준이 75bp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치고 일본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을 동결하자 캐리 트레이드가 멈췄고 엔화 가치는 72시간 동안 달러 대비 2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현재 엔화가 다시 자금조달 통화로 사용되는 만큼, JPYUSD는 다시 옵션과 유사한 리스크를 내포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는 부분적으로 인플레이션 격차에서 기인합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섹터를 제외하면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의 경계를 오가며 다른 국가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국가들은 일반적으로 1~3%의 근원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 급등은 일본도 피해 가지 못했지만, 시작이 훨씬 늦었고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습니다(도표 3). 2021년과 2022년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을 때 각국 중앙은행은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 다음에는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약 1년 뒤 인플레이션 상승이 시작됐고 적어도 초기에는 안도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본이 수년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마침내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중앙은행은 다른 중앙은행처럼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심화보다 디플레이션 재연을 더 우려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도표 4). 그렇더라도, 일본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현재 일본중앙은행 목표치 2.5%를 훌쩍 넘어섰고, 이는 일본중앙은행의 추가 긴축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도표 3: 다른 나라보다 더 늦고 낮은 일본의 인플레이션
근원 인플레이션율
도표 4: 일본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소수의 중앙은행 중 하나
중앙은행 정책금리
양적완화 및 수익률 곡선 통제
일본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더 강력히 대응한다면, 수익률 곡선 통제를 더욱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작년 말까지 일본은 10년물 국채금리 상한을 0.25%로 제한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사실상 50bp로 조정됐고, 국채금리 상한은 엄격한 기준이라기보다 목표치가 됐습니다(도표 5).
도표 5: 수익률 상한 완화는 일본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
일본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
일본중앙은행은 국채금리가 0.25~0.50% 범위를 넘어서지 않도록 최종 매수자(buyer of last resort)로서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해 만기가 10년 미만인 국채를 사들이려 했습니다. 이 방침은 일본의 경제 규모에 비해 일본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보유자산)를 부풀렸고, 미국이나 유럽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보다 훨씬 파격적이었습니다(도표 6). 일본중앙은행의 GDP 대비 대차대조표 규모가 연준보다 확대되면, JPYUSD는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도표 7).
도표 6: 일본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규모는 연준이나 ECB를 크게 상회함
중앙은행 대차대조표(GDP 대비 %)
도표 7: 양적완화 확대가 통화 약세로 이어지는 경향성
JPYUSD 및 일본중앙은행 – FED 보유자산
10년물 국채금리 상한이 해제되면, 이후 일본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익률 곡선 통제를 종료하고 금리를 -0.1%에서 플러스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두 예상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데, 두 예상이 실현되면 일본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정에는 수익률 상한과 마이너스 금리가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수익률 상한이 설정되면 은행 대출이 경색되어 성장을 뒷받침하기보다 오히려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은행은 수익률 곡선이 평탄할 때보다 가파를 때 대출 수익성이 향상됩니다. 은행의 단기 예치 고객과 장기 대출 고객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 시스템에 세금 같은 역할을 합니다. 대출 활동을 확대하기보다 현금을 쌓아 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성장률 격차
수익률 곡선 통제와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생각은 일본의 GDP 지표를 통해 어느 정도 설명됩니다. 미국 경제가 서서히 확장하고 유럽 경제가 정체되는 동안 일본 경제는 위축됐습니다(도표 8).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플러스를 유지하는 동안 일본의 인구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도 경제 위축 요인 중 하나입니다. 외환시장 투자자는 경제가 확장 중인 국가의 통화에 대해 “매수”포지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도표 8: 미국은 성장, 유럽은 정체, 일본은 역성장
양적완화 선발대(영국/미국) 및 후발대(유로존/일본)의 실질 GDP 변화
따라서 수익률 곡선 통제가 종료되면 2가지 이유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 일본중앙은행이 대차대조표를 더 빨리 축소할 수 있습니다.
-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면 은행 대출이 활발해져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더 많은 자본이 엔화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연준의 긴축이 미국 경기 둔화를 초래하고 엔화 약세가 일본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성장률 격차 추이가 방향을 바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무역수지
무역수지의 경우 미국은 자본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데, 이는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다 보니, 나머지 국가들은 흑자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본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 적자와 일본 흑자의 상대적 규모는 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최근 미국의 적자는 소폭 감소한 반면 일본의 흑자는 대폭 감소했습니다(도표 9). 미국 무역 적자 대비 일본 무역 흑자의 상대적 규모도 JPYUSD 추이의 주요 동인이었으며, 때로는 선행 지표로 작용했습니다(도표 10).
도표 9: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
GDP 대비 경상수지(%)
도표 10: 일본과 미국의 상대적 무역수지 규모도 JPYUSD를 움직일 수 있음
일본과 미국: GDP 대비 상대적 경상수지 흑자/적자 비율(%) 및 JPYUSD 환율
일본의 주요 취약점 중 하나는 국내에서 원유, 천연가스, 석탄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이 축소되면서 이러한 취약점이 더욱 심화됐습니다. 2021년과 2022년에 일본의 무역 흑자가 축소된 이유 중 하나는 수입 에너지 비용의 급등입니다.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동북아 천연가스 가격 지표 JKM(Japan Korea Marker)은 무려 2,000% 상승했습니다. 석탄 가격도 특히 2021년에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 모든 요인이 2021년과 2022년에 달러 및 대부분의 다른 통화에 비해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반대로, JKM 천연가스 가격 지표가 작년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하고 원유와 석탄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한 것도 최근 몇 달 동안 엔화를 지지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과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에 미치는 이점이 맞물리면, 일본 흑자 폭이 확대되고 엔화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JPYUSD와 관련해 또 하나 참고할 것은, 채권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2006년 이후 JPYUSD는 미국 국채의 일일 가격 변동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상관관계가 항상 안정적이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강한 편이었습니다(도표 11). 채권가격과 채권금리(채권수익률)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국채가격 하락) JPYUSD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촉발되면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해 엔화를 지탱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이 긴축에 나서면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이 갑자기 역전되면 엔화를 자금조달 통화로 사용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멈출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엔화 가치 급등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