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이 바뀌면 생각도 바꿉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십니까?” 이는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명언으로 알려졌지만, 역사가들은 케인스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조언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고 이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방준비제도(Fed)가 모든 예금의 지급 보증을 결정하면서 많은 ‘사실’이 바뀌었습니다. 시간을 내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다시 검토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단기금리 경로와 관련하여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연준이 직면한 딜레마를 이를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에 대한 의문

FDIC는 최대 25만 달러의 은행 예금 지급을 보증합니다. 하지만 SVB 파산 이후, FDIC와 연준은 체계적 위험 예외 조항을 발동시켜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예금의 지급을 보증하기로 합의했습니다. SVB 파산이 초래하는 체계적 위험은 과거 대침체로 이어진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AIG 구제금융이 초래한 위험 수준에 전혀 근접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지만, 경제를 급속한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얼마간의 체계적 위험 징후가 확인된 것도 사실입니다.

즉, 모든 예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것은 SVB 예금자뿐 아니라 예금이 유사한 상황에 노출된 중소규모 지역은행에도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습니다. SVB의 기업 고객은 일반적으로 계좌에 25만 달러 이상을 보유했기 때문에, FDIC와 연준이 모든 예금의 지급 보증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SVB와 거래하는 많은 기업이 급여나 거래처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아가, 소기업 예금 비중이 큰 다른 지방은행에도 심각한 위험 전이를 일으켰을 것입니다. 이런 도미노 효과는 급여를 못 받은 직원, 해고된 직원, 미수금이 증가한 거래처, 유사 압력에 직면한 다른 은행 등으로 파급되어 경제에 큰 파문을 일으켰을 것이며, 이는 즉각적인 실업률 증가, 소비 감소, 실질 GDP 감소(즉, 경기침체)를 촉발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촉발된 경기침체는 아마도 비교적 둔화가 완만했던 2001~2002년 침체기와 비슷했을 것이며,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던 2008~2009년의 대침체와는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당사는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결론에는 대형 은행의 준비금 현황이 특히 양호하다는 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참여자와 금융기관이 규제당국 및 중앙은행과 함께 은행 시스템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는지 계속 모니터링할 것입니다. 다만, SVB 파산 문제에서 한숨 돌린 지금도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더 높아졌습니다. 많은 스타트업 기업(수익이 없음)과 일부 신흥 기업(수익은 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은 향후 6~18개월 동안 더 많은 자본 조달이 필요할 수 있으며, SVB 파산으로 인해 그 과정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대출 기준은 전반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2023년 경제성장률 둔화는 핀테크부터 생명공학, 소셜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기술 섹터에서의 추가 정리해고를 비롯해 미국 경제에 파문을 일으키는 유의미한 악영향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수익률곡선 역전과 경기침체 리스크

수익률곡선 역전은 향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가늠하는 신뢰도 높은 지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수익률곡선은 단기 국채금리가 장기 국채금리보다 훌쩍 오른 채로 역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면 경제 시스템 중 어딘가가 꼬이거나 터지면서 경기침체가 이어졌습니다. 1990~1991년에는 여러 저축대부조합이 위기에 처했고, 2000~2002년에는 월가에서 닷컴 버블이 붕괴했으며, 2008~2009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침체를 촉발했습니다.

그림 1: 역전된 미 국채 수익률곡선

그림 2: 미국 경기침체의 원인들

연준의 금리 인상을 배경으로, 이번에 당사는 더 신중을 기하여 미국의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삼지 않았습니다. 경제 시스템 중 어디가 꼬이거나 터질 것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SVB의 "만기 보유" 포트폴리오에 묻혀 있던 금리 리스크가 ‘터진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기 보유" 포트폴리오는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요구 자본을 계산할 때 시가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만기까지 보유하는 비거래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권은 거래 대상이 아니므로, 해당 금융기관은 만기가 되면 그 액면가만큼 수령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드러난 바와 같이, SVB뿐만 아니라 많은 금융기관의 금리 리스크가 이러한 "만기 보유" 포트폴리오를 통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었습니다. 채권수익률이 하락하면 가치가 상승하고 채권수익률이 상승하면 가치가 하락하는 중장기 채권을 매입한 것입니다. 2022년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자, 예를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급등했고 가격은 하락했습니다. SVB의 "만기 보유" 포트폴리오는, 증권을 매각했을 경우 시가평가 기준으로 약 150억 달러의 손실을 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자기자본이 사실상 제로가 됐을 것입니다. 이 포트폴리오의 경우 자본요건 충족을 위한 시가평가 의무가 없었지만, 일단 SVB 포트폴리오의 큰 손실을 인지한 투자자들은 이를 SVB 기업 가치평가에 반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SVB가 2023년 3월 둘째 주에 더 많은 자본 조달을 모색 중이라고 발표했을 때, 뱅크런을 촉발해 파산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만기 보유"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이 발생한 은행이 SVB만은 아니었지만, SVB의 경우 자본 대비 비중이 특히 독보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예금자가 소규모 기술기업에 집중된 상황에서 뱅크런까지 시작되자 문제가 악화된 것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시대의 뱅크런은 우리 모두 목격한 것처럼 클릭 몇 번으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연준의 이중 책무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들

미국은 1830년대에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헌장 갱신을 거부한 이후 1913년 연준이 출범하기 전까지 중앙은행을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연준은 1907년 금융 위기(당시에는 ‘공황’(panic)이라고 불림)의 여파로 금융 시스템의 체계적 위험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탄생했습니다. 연준이 처음 시험대에 오른 것은 1929년 주식시장 붕괴로, 당시 많은 상업은행들이 상당 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연준은 당초 설계대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최종 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고, 이후 대공황이 뒤따랐습니다. 연준이 처음으로 체계적 위험의 시험대에 올라 실패했던 역사는 현대 연준의 기억에도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이 내용을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요점은, 연준이 미국 의회로부터 완전고용과 물가 안정을 실현하라는 이중 책무를 부여받았을지라도, 연준의 최우선 의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전·안보 유지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은 연준-FDIC의 SVB 관련 대응으로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의 결정은 수익률곡선 역전의 심화에 따른 경기침체 확률의 증가 가능성과 체계적 위험의 증가 가능성에 비추어 신중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한, 시장참여자들과 연준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로 촉발된 유럽지역 은행 시스템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과정도 주시할 것입니다. SNB는 크레디트스위스에 대규모 대출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ECB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0.50% 인상할 수 있는 확신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림 3: 선물시장에 내재된 연방기금금리

연준이 금리를 어떻게 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시장참여자들이 연준이 내릴 금리 결정 가능성을 얼마나 재평가했는지 보여줍니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므로 이러한 시장 기대치는 지금부터 3월 22일의 다음 FOMC 회의 및 금리 결정 전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월 16일 기준으로, 연방기금금리의 최고점 또는 최종 목표 범위는 이제 4.5~5.0%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연준이 금리를 또 인상할지 인상을 잠시 중단할지 둘 중 하나인 것입니다. 이 새로운 시장 컨센서스는 SVB 파산 직전인 3월 7일의 기대치보다 크게 하향 조정된 것으로, 당시에는 2023년 6월까지 일련의 금리 인상을 예측했고 최고 금리 범위는 5.5~6.0%로 예상했습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딜레마

전년 대비 백분율 기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로 정점을 찍고 2023년 2월 현재 6%로 하락했습니다.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난관입니다. 주거비를 제외한 CPI 인플레이션은 실제로 10% 이상에서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5%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고무적인 진전이지만, 여전히 헤드라인 및 근원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 2%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소비자신뢰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림 4: 미국 인플레이션

연준 내에서, 그리고 시장참여자 사이의 중요한 논점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까지 낮추기 위해 얼마나 인내심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볼커 전 연준 의장이 1980년대 초에 했던 것처럼 단기금리를 당시 인플레이션율보다 훨씬 높게 인상하면 심각한 경기침체는 보장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1980~1982년에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대가로 실업률이 10%까지 상승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은 비교적 온건한 기조를 보여왔습니다. 연준이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영역에 도달하기를 원하고 그다음 인플레이션 진정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금리를 그 영역에서 유지시킬 것이라고 안내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긴축적인 영역이란 무엇일까요?

한 가지 관점은, 연방기금금리가 긴축적이려면 해당 시점의 인플레이션율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즉,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조정된 금리(실질 금리)가 플러스(+)여야 합니다. 이는 헤드라인 CPI 기준으로는 연방기금금리 6% 이상을 의미하며, 근원(식품·에너지 제외) PCE 인플레이션 기준으로는 금리 5% 이상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연준이 주거비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에도 주목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또한 5% 이상의 연방기금금리를 의미합니다.

또 다른 관점은,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면 금리 정책이 긴축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수익률곡선은 이미 역전된 상태로 한동안 유지됐습니다. 이 관점을 적용할 경우, 현재 추가 금리 인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택·주식·채권 가격이 금리 상승으로 큰 타격을 입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수익률곡선 역전이 은행 섹터에 고통을 야기하고 체계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따라서 이 관점에 따르면, 연준이 인플레이션 진정 속도에 대한 인내심을 가질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은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관점은, 실업률을 높여 총수요를 억제하지 않고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의 여러 인사가 이런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당사는 이번 인플레이션 급등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발생·주도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팬데믹으로 숙박·여행 섹터가 일부 봉쇄되어 경제 생산량이 제한되는 동안, 팬데믹에 대응한 재정·통화 부양책은 공급망 차질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주범이 됐습니다. 이제는 인플레이션 급등의 주요 원인이 모두 제거되었으니 아마도 인내심만 있다면 더 빠른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실업률을 높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논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인구통계학적 역풍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복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중국·일본·유럽·미국에서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젊은 15~25세 인구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경제활동참가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노동력 증가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인건비 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그 결과 인건비가 핵심인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더욱 고착화되어 잠재적으로 기업실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주식시장 랠리를 막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은행 시스템에 가해진 충격의 여파를 감안해, 연준이 2023년 3월 22일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하거나 금리를 0.25% 인상할 수 있으며, 이후 경기침체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해당 금리를 최종금리로 판단하여 인상을 멈춘 뒤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0.25% 금리 인상은 현재의 체계적 위험이 해결되었다는 연준의 신호가 될 수 있는 한편, 높아진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논점이 바뀌면 이는 금리 인상을 중단할 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신용 환경이 더 위축되고 경기침체 리스크가 증가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시장은 연준의 금리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컨센서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그 컨센서스조차 FOMC 회의 전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 데이터

CME Group의 탄탄한 데이터를 통해 수익률곡선 전체에서 미국 달러표시 금리 시장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의 모든 예시는 상황에 대한 가정적 해석으로, 설명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오직 필자의 견해를 반영해 작성된 것으로, CME Group 및 계열사의 견해를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보고서와 이에 수록된 정보를 투자 조언이나 실제 시장에서 발생한 결과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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