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USD) 대비 유로(EUR) 가치는 2015년 이후 견고하던 지지선을 깬 다음, 2002년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림 1). EURUSD가 패리티 수준에서 마감하면서, 이 통화쌍에 대한 옵션 비용은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급등했습니다(그림 2).

그림 1: EURUSD는 20년 만의 저점으로 하락했지만, 사상 최저치에 비하면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

그림 2: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EURUSD 내재 변동성

EURUSD의 급락을 유발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다음을 비롯한 몇몇 요인이 있습니다.

  1. 통화정책: 미 연준(Fed)은 유럽중앙은행(ECB)보다 훨씬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단행했습니다.
  2. 무역수지: 미국과 유럽 모두 무역수지가 악화되었지만, 최근 수개월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특히 유로존의 무역흑자가 급감했습니다.
  3. 재정정책: 미국의 재정적자는 유럽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축소되었습니다.
  4. 유럽 국가 간 채권 스프레드: 유로존 채권시장의 긴장감 증가도 유로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화정책

미 연준은 이미 금리를 150 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했으며, 7월 말 회의에서도 다시 50 또는 75 bp 인상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중앙은행이 7월 처음으로 25 bp를 인상하고 9월에도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유럽중앙은행은 아직 정책금리를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유로존 사이의 1년 선도 금리격차는 EURUSD의 추이를 추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7~2019년에는 미국이 긴축적 통화정책과 완화적 재정정책을 추구하는 동안 유럽이 반대되는 정책을 취하는 등 예외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부터 2022년 5월경까지 유로달러-유리보 선물 계약(1년 선도)의 금리격차는 EURUSD를 긴밀하게 추종했습니다. 이후,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를 따라잡기 시작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EURUSD를 지탱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그림 3).

그림 3: 기대 금리의 격차는 EURUSD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

또 하나의 잠재적 요인은 양적긴축입니다. 6월 1일 기준으로 미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했지만, 유럽중앙은행은 아직이었습니다. 두 중앙은행의 상대적인 대차대조표 변화도 최근의 EURUSD 약세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무역수지

금리격차는 지난 9개월간 유로의 약세를 상당 부분 설명해 주지만, 최근 수 주간 EURUSD의 움직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결국 과거 지지선을 무너뜨린 가장 최근의 유로 평가절하에 대해서는 더 좋은 설명이 있습니다. 바로 무역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러시아가 유럽연합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인 이후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한 영향입니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유로존의 무역수지는 모두 악화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전에 중요한 배경을 언급하자면, 미국이 구조적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달러화가 글로벌 기축통화라는 점에 기인합니다. 한편, 유럽은 적자를 기록할 때도 있고, 흑자를 기록할 때도 있습니다. EURUSD에서 중요한 것은 적자의 절대적 규모가 아닌 상대적 방향입니다. 적자 감소는 통화 강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의 무역적자는 GDP 대비 3.9%에서 4.9%로 증가한 반면, 유로존의 무역흑자는 GDP 대비 3.5%에서 1.8%로 감소했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의 헨리허브 가격 대비 9.5배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미국과 비교한 유럽의 무역수지는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그림 4). 이러한 가격 격차로 인해 미국의 수출이 급증하고 유럽의 수입 비용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림 4: 현재 미국 천연가스 가격 대비 9.5배로 거래되는 유럽 천연가스

더군다나,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 현상은 향후 마주할 어려운 선택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 정부는 가스 배급제를 시행해야 한다면 독일 산업계에 대한 공급을 축소하면서 독일 가계에 대한 공급을 지속하는 방향을 선호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수입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 감소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것입니다.

재정적자

2017~2019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유로존의 재정적자와 매우 다른 추이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2.5%에서 5%로 증가한 반면, 유럽의 재정적자는 계속 감소하여 GDP 대비 1%에 근접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유럽과 미국 모두 재정적자가 증가했지만, 미국에서 훨씬 빠르게 증가하여 결국 GDP 대비 20%에 근접했는데, 이는 유럽의 약 두 배입니다.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세는 2017~2019년의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을 상쇄하여 달러의 대폭 평가절상을 억제했으며, 그 이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었던 2020년 및 2021년의 달러 약세를 심화시켰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1년 2분기부터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존보다 적은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정적자가 감소하면 통화는 강세를 보이며, 미국 재정적자의 빠른 감소는 미국 달러를 지탱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그림 5, 6).

그림 5: 2017~2021년에 유럽보다 빠르게 증가한 후 현재 빠르게 감소 중인 미국의 재정적자

그림 6: 미국의 재정적자 감소는 EUR 대비 USD를 지지해주는 요인일 수 있음

유럽국가 간 채권 스프레드

유럽중앙은행은 아직 양적완화를 종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긴축 전망과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유럽의 채권수익률이 급등했는데, 특히 국공채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탈리아 등에서 채권수익률이 높게 치솟았습니다. 독일 대비 이탈리아 등의 국채 스프레드 확대가 유로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그림 7).

그림 7: 유로존 국채 간 스프레드 확대는 EUR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국가 간 스프레드가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적절한 메커니즘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언급된 바가 없습니다. 또한, 유로존 내에서 특정 국가의 부채를 우대하지 않도록 정해져 있는 만큼, 스프레드 확대의 방지는 순탄치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보고서에서 언급했듯, 2009~2012년의 마지막 유로존 위기 이후로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일부 국가는 대대적인 디레버리징에 나선 반면,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등의 기타 국가는 부채 규모를 크게 늘렸습니다(관련 내용은 여기를 참조하십시오). 프랑스는 회사채 규모가 특히 방대하며, 회사채가 결국 공공부채로 넘어올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입니다. 막대한 부채를 가진 프랑스 전력공사(Elecricité de France)가 결국 국유화된 사례를 보면,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되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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