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옵션의 내재변동성(VIX 지수로 표시)과 수익률곡선 사이의 경기순환적 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상 가장 이상한 차트”에 대한 첫 글을 발표한지 5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에,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의 Anne Lundgaard Hansen은 VIX-수익률곡선 사이클에 대한 최초의 학술 연구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시한 지표는 정적/동적 프로빗 모델을 모두 활용하여 표본내 및 표본외에서 1990~2021년의 미국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데 있어 수익률곡선 스프레드보다 훨씬 높은 적중률을 보입니다. VIX-수익률곡선 사이클은 다른 주요 경제지표를 능가하는 예측력도 보여줍니다.” 그 논문의 링크는 여기 있습니다. VIX-수익률곡선 사이클을 활용한 경기침체 예측
이 경제지표가 그렇게 탁월하다면, 지금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요?
언뜻 보기에는 VIX 지수와 수익률곡선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1990년 이후 두 지표의 2년 이동평균을 차트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그림 1).
그림 1: 이 이상한 차트가 경기 침체의 가장 강력한 지표일까?
하지만 여기에서 움직임과 방향성을 파악하기 위해 더 작은 세 부분으로 나누고 연도별로 색상을 구분하면 뚜렷한 반복 패턴이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그림 2, 3, 4).
그림 2: 첫 번째 사이클은 1990~1991년 경기침체부터 1999~2000년 경기확장 정점까지 지속됨
그림 3: 두 번째 사이클은 2001년 닷컴버블 붕괴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지속됨
그림 4: 세 번째 사이클은 2009년에 시작되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전례 없는 변화가 나타남
이 사이클은 4단계로 진행됩니다. 여느 사이클과 마찬가지로 시작과 끝은 다소 임의적으로 구분되었지만, 다음과 같이 경기회복 초반부터 경기침체 단계까지 나눠보았습니다.
경기회복 초반: 경기회복은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시작되지만, 직전의 경기 침체에 따른 높은 변동성을 계속 내포합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일반적으로 낮은 단기금리와 이에 따른 가파른 수익률곡선을 의미합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변동성을 진정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일반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투자자가 마주하는 불확실성은 줄어듭니다. 또한, 시장의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매수인이 매도인을 찾고 매도인이 매수인을 찾는 과정이 비교적 쉬워지므로, 가격의 큰 움직임 없이도 대규모 시장가 주문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기회복이 무르익을수록 변동성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경기확장 중반: 경기확장 중반에는 일반적으로 시장의 내재 변동성이 감소하고 가파른 수익률곡선은 유지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시장이 안정되고 실업률이 하락한 어느 시점이 되면, 중앙은행은 긴축 정책을 시작할 적기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긴축 정책을 펼치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향해 상승하면서 수익률곡선이 완만해지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경기확장 후반: 긴축 정책이 즉시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경기침체는 긴축 사이클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보통 6개월~2년 후에야 나타납니다. 따라서, 경기확장 후반 단계는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이 평평하고 변동성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결국 신용 상황을 위축시키고 시장 심도를 축소시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규모 시장가 주문을 체결하려면 때때로 가격 움직임이 심해질 리스크가 있습니다. 시장 심도가 축소되고 경제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변동성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평평한 수익률곡선으로 대변되는 긴축적 통화정책과 높은 변동성은 경기 침체를 초래합니다. 높은 단기금리는 대출 비용을 증가시키는 한편, 높은 변동성은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민간 기업의 자본조달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경제는 경기침체에 빠지고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완화하여, 단기금리는 하락하고 수익률곡선은 가팔라집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씻어내고 헹궈내기의 반복.
이 사이클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세 번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과 그 여파로 인해 현재 이례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1992년부터 2021년 초까지 관찰된 사이클의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이 낮으며 안정적인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낮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2020년 경기침체는 사이클 측면에서는 이례적일 것이 없었지만, 주로 외생적 요인(팬데믹 및 봉쇄조치)에서 비롯되었으며, 침체의 가장 흔한 원인인 민간부문 신용 문제와 같은 내생적 요인에서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2020년 경기침체 당시에, 연준은 2009~2014년에 그랬던 것처럼 금리를 제로 근처로 인하하고 양적 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연방지출이 GDP 대비 21%에서 35%로 증가하고 연방재정적자는 GDP 대비 5%에서 20% 부근까지 증가하는 등, 전례 없는 재정확대 정책이 동반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업률이 약 2년 만에 14%에서 4%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고용시장이 매우 빠르게 회복되는 와중에,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전의 2% 수준에서 약 9.1%로 급등했습니다.
이제 연준은 빠르게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미 금리를 150bp 인상했으며, FOMC 위원들의 공개 발언에 따르면 다음 두 차례의 FOMC 회의에서 각각 50~75bp 더 인상할 계획입니다. 장기채권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 한, 수익률곡선은 과거 몇 번의 사이클보다 훨씬 빠르게 평평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차트의 바닥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향후 변동성의 향방입니다. 변동성은 2020년 3월에 엄청나게 증가한 이후 진정되었고, 이후 2년이 지났지만 특별히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그림 5).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림 5: 변동성은 조만간 다시 급등할까?
-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은 종종 변동성 증가를 유발합니다.
- 변동성은 2021년 6월 30일에 바닥을 찍은 후 1년 동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주식은 미래 배당금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와 현재의 장기금리 수준에 비해 여전히 고평가 수준일 수 있습니다(관련 기사).
현 상황은, 1990년대 경기확장이 정점에 달했던 1999~2001년의 상황을 살짝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그때 VIX-수익률곡선 사이클은 차트의 우측 하단 모서리에서 일련의 루프-티-루프(loop-tee-loops, 과학적 표현)를 보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연준은 지금과 같이 비상사태(러시아 채무불이행 및 현재 청산된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 후 1999년과 2000년에 두 번째 긴축 사이클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기술주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01년과 2002년의 경기침체로 이어졌습니다.
지금과 달리 그 당시에 없었던 것은 높은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2000년의 인플레이션은, 1990~2020년 기준으로는 높지만 더 오랜 역사적 기준이나 현재 기준으로는 그리 높지 않은 약 3.3%까지 상승했습니다. 2000년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의 일시적 급등은 연준이 금리를 6.5%로 올리도록 유도하기에 충분한 요인이었으며, 이는 수익률곡선을 역전시키고 경기침체를 유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현재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9.1%, 근원 인플레이션은 6% 수준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으로 연방기금금리는 여전히 1.625%입니다. VIX-수익률곡선 사이클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할 때까지(앞으로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음) 차트의 우측 하단 영역에서 상당히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Hansen의 분석이 시사하듯이 VIX-수익률곡선 사이클이 다음 경기 침체를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사이클이 우측 하단 모서리로 돌아간다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경고등에 불이 들어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