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의 기록을 보면, 금과 구리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두 금속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부진했으며, 2000년부터 2011년까지는 급등했습니다. 2011~2015년에는 동반 하락했고, 2020년과 2021년 무렵에는 상승했습니다. 다만, 아래 언급된 거시경제 요인들에 따라 움직임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그림 1).
그림 1: 일반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금과 구리 가격
장기적으로는 두 금속의 가격은 대체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만, 매일의 가격은 생각보다 상관관계가 크지 않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사실상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이후 2004~2014년에는 근소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상관계수가 +0.35 부근에서 움직였지만 12개월 동안 +0.6을 초과한 적은 없습니다. 2014년 이후 구리-금의 일일 가격변동 상관계수는 -0.05~+0.40 범위에서 움직였고, 평균은 +0.2로 낮은 편이었습니다(그림 2).
그림 2: 금-구리 가격 상관관계는 변동이 심했으며 대체로 약한 편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점은, 금-구리 비율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매우 높았고 강력한 추세에 좌우됐다는 것입니다.
- 1990년대 - 일정 범위에서 움직임: 1990년대에는 금 1온스 가격이 구리 4,000~7,000온스 가격과 같았습니다. 그 비율은 일정 범위 내에서 불규칙하게 움직였는데, 범위 내 고점부터 저점까지 움직이는 데 보통 1~2년이 걸렸습니다.
- 2001~2005 - 금 대비 급등한 구리: 중국의 경제 호황이 금보다 산업용 금속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금 1유닛의 가치는 2001년 당시 구리 6,000유닛에 상당했다가 2005년에는 2,500유닛 부근까지 하락했습니다. 즉, 구리 대비 금 가치가 약 60% 하락 하락했습니다.
- 2005~2008 - 금에 호재가 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미국의 주택시장 호황은 2005, 2006년에 정점에 달했고 이후 미국 주택 건설은 70% 감소했습니다. 유럽의 주택시장도 위축됐고, 중국에서도 성장세가 극적으로 둔화됐습니다. 이후 경제 위기가 이어지면서 구리 가격은 급락했지만 금 가격은 계속 유지됐는데,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부근까지 인하하면서 달러 등의 명목화폐 대비 금의 매력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구리 대비 금 가격이 급등했고, 금 1유닛의 가치는 구리 2,500~10,000유닛에 달했습니다.
- 2009, 2010년 - 구리에 호재가 된 중국의 성장: 2009년 초부터 중국은 전례 없는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습니다. 2010년에는 중국의 성장률이 연간 12%에 근접하면서, 금-구리 비율은 금 1유닛 당 구리 4,000유닛 정도까지 회복됐습니다.
- 2011~2019 -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구리 대비 금 가격: 과도한 저금리가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구리 대비 금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중국의 성장률이 11%에서 6% 수준까지 둔화하면서 산업 및 주택 부문의 구리 수요가 감소했습니다. 금 1유닛의 가치는 구리 4,000유닛 수준에서 11,000유닛 부근까지 폭등했습니다.
- 코로나 대유행 이후 구리 급등: 봉쇄조치로 인해 소비자의 서비스 지출이 감소하고 공산품 지출이 증가한 결과, 산업용 금속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되면서 더 많은 투자자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금 보유에 대한 매력이 감소했습니다. 금 1유닛의 가치는 2019년 구리 11,000유닛 수준에서 2021년 6,000유닛 수준까지 급락했습니다.
- 2022년, 금의 회복세: 2022년 초 이후로 구리 대비 금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보였는데, 미국달러 기준으로 금 가격보다 구리 가격이 더 급격히 하락한 것이 주요 요인입니다. 대부분 국가의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소비자들은 다시 공산품 지출을 줄이고 서비스 지출을 늘렸습니다. 한편, 중국 경제는 지속적인 봉쇄조치와 부동산 섹터의 부채 문제로 인해 계속 압박받았습니다. 더군다나, 금리가 급등하면서 중국 외 국가들, 특히 유럽·미국의 주택 수요가 약화되는 중입니다. 금리 상승은 금 가격에 딱히 유리하지 않았지만 일부 투자자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재고할 경우 금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헤지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그림 3).
그림 3: 강력한 추세에 좌우됐던 금-구리 가격 비율
금-구리 비율을 좌우하는 요인
금-구리 비율의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두 금속의 용도에 좌우됩니다. 산업용 또는 기타 관련 용도로 사용되는 금은 약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보석으로 사용되거나 금고에 보관됩니다. 반면 구리는 거의 모두 산업용이며, 그중 전자제품이 39%, 건물골조가 31%를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운송 장비, 소비자·일반 제품, 산업용 기계에 사용됩니다.
따라서 금과 구리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변화에 매우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중국의 성장세가 가속화되면 구리 수요가 증가하는 편인데, 이 경향은 최대 1년 정도 지연되기도 합니다. 반면, 금은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는 기간이나 그 이후에 더 좋은 성과를 보이는 편입니다(그림 4).
그림 4: 중국의 빠른 성장은 금보다 구리 가격을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음
금과 구리의 거시경제적 차이는 금리에 대한 반응에서도 뚜렷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사실상 대체통용화폐인 금은 미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 예상에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금리 하락 예상이 많으면 금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 상승 예상이 많으면 정반대인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구리 가격은 미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 예상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리 가격 상승은 주택·공산품 수요가 탄탄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기대금리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편입니다(그림 5).
그림 5: 금과 구리는 기대금리 변동에 대해 정반대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음
마지막으로, 금보다 구리가 유가와 훨씬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입니다(그림 6·7). 원유와 구리 모두 글로벌 산업·제조업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된 반면, 금은 주로 투자 목적으로 보유된다는 사실이 그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림 6: 구리 가격은 에너지 가격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경우가 많음
그림 7: 금은 구리에 비해 원유 가격과의 상관관계가 훨씬 낮음
향후 전망
- 금리 상승으로 인해 세계 각지의 주택 건설이 둔화될까요? 그렇다면 이는 금 대비 구리 가격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까요?
- 주식 및 채권 시장의 투매가 심화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긴축을 포기해 결과적으로 금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까요? 9월 말 영국 국채 시장의 투매 증가에 대응해 10월 초 영란은행이 예상을 뒤집고 완화적 정책을 펼치면서 이미 세계 금 가격이 상승한 바 있습니다.
- 중국 성장률은 2023년에 반등할까요? 중국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금 대비 구리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2023년에는 중국이 코로나 정책을 완화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부채 규모 증가와 부동산 섹터의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