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유로 출범 이후 유로-미국달러(EURUSD) 환율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거래되는 통화 쌍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 16년 동안은 1유로당 최저 0.8달러에서부터 최고 1.6달러까지 넓은 범위에서 거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년 반 동안 EURUSD는 1.04에서 1.25 사이의 훨씬 더 좁은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었습니다.
옵션 시장은 이렇게 낮은 변동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2016년 이전에는 EURUSD에 대한 30일 등가격(ATM) 옵션이 종종 10~15%의 내재변동성 범위에서 거래되었으며, 때로는 25%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30일 ATM 옵션은 주로 5~10%의 내재변동성 범위에서 거래되었으며, 2021년 들어 현재까지 대체로 5~6% 범위에 머물렀습니다(그림 1). 즉, 과거 대비 변동성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는 앞으로 나타날 환리스크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또한 COT(Commitment of Traders) 보고서의 데이터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레버리지" 투자자는 EURUSD에 대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해왔으며, 특히 2020년 봄 이후부터는 더욱 그러합니다. 일반적으로 연금기금, 보험사, 기부재단 등의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들은 "딜러"(은행 및 셀사이드 브로커)를 통해 구조적 롱포지션을 취했으며, 딜러는 전체적인 순 숏포지션을 통해 헤지를 실현합니다. COT 데이터는 헤지펀드와 원자재추종펀드(Commodity trading advisers, CTA)가 현재 EURUSD에 대해 강력한 투자견해를 보유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합니다(그림 2).
그렇다면 EURUSD를 지배하는 경제적 요인은 무엇일까요? 어째서 처음 16년 동안 큰 변동성을 보이다가 그 이후에는 좁은 범위에서 거래된 것일까요? 또한, 이와 같은 거시경제적 동인은 EURUSD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까요? 옵션 시장은 코로나 대유행에 의해 야기된 심각한 거시경제적 불균형과, 그로 인해 EURUSD의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부터 이 통화 쌍의 과거 움직임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제공해온 EURUSD의 몇몇 거시경제 동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에는 다음 요인이 포함됩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시간 경과에 따른 EURUSD 변화를 일부 설명할 수 있습니다. EURUSD이 처음 16년 동안 겪은 상황은 상대적 재정 수지에 의해 상당 부분 설명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1999년 유로 출범 당시, 유로존 국가들이 여전히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재정흑자는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1유로는 1999년 1월 1.17달러를 기록했지만 2000년 9월에는 최저치인 0.83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며 출발했습니다.
2001년에는 물결이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후퇴, 감세 정책, “테러와의 전쟁” 개시가 맞물리면서 미국의 재정적자는 빠르게 확대되었는데, 이는 유로존에 똑같이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10%로 증가했습니다. 유럽보다 훨씬 적었던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2000년~2010년 사이에 유럽보다 크게 증가하였고, 유로 대비 미국달러 가치는 최고점에서 최저점까지 50%가량 하락했습니다.
2009년~2016년에는 이 상황이 다시 한번 역전되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유로존의 적자보다 훨씬 빨리 줄어들었고, 그 결과 달러는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를 보면, 재정적자 규모의 상대적 움직임만으로는 EURUSD의 움직임을 잘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2017년~2019년의 미국 재정적자는 GDP 대비 2%에서 5%로 확대된 반면, 유로존의 재정적자는 계속 축소되었습니다. 하지만 EURUSD는 상반되는 적자 지출 추세 속에서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해당 기간 동안 통화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발생한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는 유럽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여 GDP 대비 20%에 이르렀는데, 유로존은 그 절반을 약간 넘어선 수준이었습니다. EURUSD는 다소 강세를 보이면서, 2015년 이후 거래되었던 1.04~1.25 범위의 상단에 근접했지만 그 이상 상승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미국의 재정적자는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고, 유럽의 재정적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달러는 소폭 반등했습니다(그림 3 및 4).
재정적자(또는 흑자)는 다양한 적자 중 한 가지 유형일 뿐입니다. 무역적자 또한 통화의 상대가치를 좌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1999년 이후 꾸준히 GDP 대비 3%~6% 사이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로존은 1999년~2001년에 무역적자가 이어지다가 2002년~2011년에는 비교적 소규모의 적자 또는 흑자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GDP의 2~4%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그림 5 및 6). 상대적으로 개선된 유럽의 교역조건은 EURUSD가 2000년~2010년대 초반까지 전반적으로 상승한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1999년~2009년의 미국 및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서로를 추종한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모두 1999년과 2000년에 긴축정책을 펼쳤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완화 기조로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미 연준은 ECB보다 훨씬 대규모의 완화정책을 펼쳤습니다.
미 연준은 2004년~2006년에 ECB보다 먼저 긴축 사이클을 개시했습니다. ECB는 2005년~2008년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약 1년 뒤처졌습니다. 두 중앙은행 모두 2008년과 2009년에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정책이 종종 엇갈렸습니다. ECB는 2010년에 금리 인상을 시도한 반면, 미 연준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며 ECB의 행보를 뒤따르지 않았습니다. 이후 ECB는 2012년 이후 마침내 미 연준처럼 제로금리 영역에 합류했고 이후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는데, 연준은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미 연준은 2015년 말에 긴축 통화정책을 시작했고, 이후 미국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2017년과 2018년에 긴축 통화정책을 가속화했습니다. ECB는 비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미 연준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지만, ECB는 사태 시작 당시 이미 마이너스 영역에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습니다(그림 7).
EURUSD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상대 금리 변화에 뒤처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2018년 미 연준이 긴축 정책을 지속했지만 달러는 유로 대비 강세를 보이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이는 아마도 미국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더 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그림 8).
미국 금리와 유로존 금리의 방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여전히 크게 상이합니다. 유로달러 선물은 미 연준이 빠르면 1년 후에 금리 인상을 개시하고, 2020년대 중반까지는 1.5%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리보 선물은 ECB가 2023년이나 2024년에 제로 금리에 근접하도록 금리를 다시 인상하기 시작할 수도 있지만, 2026년이 되더라도 ECB 정책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무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습니다(그림 9).
금리는 통화정책의 한 측면일 뿐입니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ECB와 연준 모두 양적완화(QE)를 시작했지만, 항상 동시에 QE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이후 연준이 보유자산을 축소하던 2015~2018년에 ECB는 보유자산을 늘렸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ECB는 경제 규모에 비해 연준보다 훨씬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펼쳤으며, 이는 코로나 대유행 시작 당시 ECB의 정책금리는 -0.4%였던 반면 연준의 정책금리는 +1.625%였다는 사실이 반영된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보유자산의 상대적 규모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보유자산의 상대적 규모만으로는 EURUSD 움직임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 예산적자가 더욱 많이 확대되었다는 맥락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던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미국달러 대비 유로의 상승이 생각보다 부진했던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림 10).
상대적 경제성장률은 다양한 대용지표로 측정됩니다. GDP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그 수치는 분기마다 한 번만 발표됩니다. 이 때문에, 당사는 매월 발표되는 소매판매 지표를 선호합니다. 이 지표에 의하면, 유로존의 성장률은 2005년~2008년에 미국의 성장률을 앞질렀고, 통화 가치는 1유로당 1.6달러에 근접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게 상승했습니다. 그 후, 유로존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보다 큰 타격을 받았고, 특히 ECB의 금리 인상 시도가 무산된 이후 2011년~2013년에는 회복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남유럽 경제가 붕괴 직전의 상황에 몰렸습니다. 성장률의 격차는, 미국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가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2008년~2015년에 급격히 하락한 이유를 일부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유로존과 미국의 2015년~2019년 소매판매는 거의 같은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둘 다 코로나 초기 단계에서 큰 타격을 받았고 이후 회복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소매판매는 이전 추세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증한 반면, 유로존의 소매판매는 이전 추세선에 복귀한 수준에 그칩니다(그림 11). 미국 소매판매 대비 유로존 소매판매의 비율을 계산하면, 두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추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그림 12).
모든 환율과 마찬가지로 EURUSD는 다양한 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전반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엇갈리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더 적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더 높은 금리와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 더 강력한 성장률은 통화 강세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더 큰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 부진한 성장률은 통화 약세로 자주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2008년의 유로 강세 요인으로는 무역적자에서 무역흑자로의 전환, 재정적자 축소, 유로존 성장률 개선, 그리고 통화정책의 상대적 긴축을 들 수 있습니다. 2009년~2015년의 유로 약세는 이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빨랐던 미국의 경기회복 및 재정 건전화와 연관된 것일 수 있습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요인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EURUSD가 좁은 범위에서 움직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에 비해 소규모인 유럽의 재정적자와 유로존 무역흑자가 미국달러 대비 유로를 끌어올렸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15년 이후 긴축 기조를 강화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아마도 유로를 다시 끌어내렸을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미국은 훨씬 더 많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미국달러에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경제는 훨씬 더 강력하게 반등했고, 시장은 미 연준이 ECB보다 훨씬 빨리 통화긴축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덕분에 미국달러가 안정되면서 하락이 방어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EURUSD의 향후 궤도를 결정할 것인지 판단할 때 핵심적인 질문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유로와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따라 정해질 수 있습니다.
선물 및 스왑 거래는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며 원금손실의 위험이 따릅니다. 선물과 스왑은 레버리지 투자 상품으로 계약 금액의 일부만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선물 및 스왑 포지션에 대한 당초 예치금 이상의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거래자들은 모두 잃더라도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금액만을 이용하여 거래하여야 합니다. 또한 모든 거래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한 번의 거래에는 이러한 자금 중 일부만을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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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놀란드는 CME Group 상무이사 겸 선임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에릭 놀란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추적하고 경제적 변수를 평가하며 CME Group과 그 사업전략 및 동 소속 시장의 투자자들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는 경제 분석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CME Group의 글로벌 경제 및 금융상황과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대변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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