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눈부신 상승세를 보이며 온스당 260달러에서 1,900달러로 60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후 상승세가 완만해지면서 2020년 7월 2,080달러에 도달했고, 이 수준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2023년 12월 다시 잠시 동안 최고치를 경신하였습니다.

금은 종종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홍보되지만 과연 그럴까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금의 상승세는 약 2%의 안정적인 근원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이후에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 급등을 겪었던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금 가격은 오히려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면 실제로 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투자자들은 2024년과 2025년에 금 가격이 어떠한 방향성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야 할까요?

금 가격은 수요와 공급 요인 모두에 의해 좌우됩니다. 매일매일, 그리고 장기적으로 금 가격을 결정하는 몇 가지 수요측면의 요인이 있습니다. 이는 외국통화 대비 미국달러의 가치, 그리고 향후 연방준비은행(연준) 정책에 대한 예상의 변화입니다. 추가적인 수요 요인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가격 변동의 요인으로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금 채굴 공급량 역시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적으로 이는 일 단위가 아니라 연간 단위로 측정됩니다.

금 매수자로서의 중앙은행

금은 5,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적으로 사용된 화폐입니다. 물론 2024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을 전혀 화폐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금은 커피, 자동차, 주택을 구입할 때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분명 금을 통화, 또는 적어도 준비자산으로 보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금을 점점 더 많이 매입해왔습니다(도표 1). 각국 중앙은행이 정한 0에 가까운 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QE) 및 다양한 매커니즘으로 인해 많은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 발행 통화보다 금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 추세나 QE의 반전은 이러한 우려를 누그러뜨리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도표 1: 수십년 간 순매도였던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금의 순매수자로 변화

공식 거래:
중앙은행 순매수(순매도) 대 실질가격

각국 중앙은행의 GFC 이후 금 매입은, 1982년부터 2007년까지 중앙은행이 금을 순매도하던 시기와 명백하게 대조됩니다. 이는 GFC 이전 중앙은행 정책이 준비자산으로서의 금보다 미국달러, 유로, 엔, 파운드, 스위스 프랑 등의 명목화폐를 더 많이 활용하였음을 암시합니다. 이 관계는 GFC 이후 역전되었습니다.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 금리 인상으로 인해 명목화폐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향은 2023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금을 통화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이는 주체는 중앙은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금과 블룸버그 달러 지수(BBDXY) 사이의 강력하며 일관적인 음의 상관관계는, 트레이더들도 금을 유로나 엔 등 블룸버그 달러지수 구성통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미국달러의 대안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도표 2).

도표 2: 금과 은은 블룸버그 달러지수의 일일 변동과 음의 상관관계

금·은과 블룸버그 달러지수의 상관관계

금과 중앙은행 발행 명목화폐의 차이점은 금에는 이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금 가격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 전망에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이는 2021년과 2022년 미국달러 강세와 함께 금 가격을 억제한 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1년에 연준이 몇 년 동안 금리를 0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채권 시장은 연준이 결국 금리를 5.375%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2015년 이후로 금 가격은 2년물 연방기금금리 선물의 일일 변동과 거의 항상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도표 3).

도표 3: 금 가격은 금리 상승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연방기금금리 선물과 음의 상관관계

2년 선도 연방기금금리와의 상관관계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2021~2023년 사이에 금이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이 실제로 꽤 좋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반응하기보다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며 움직입니다. 2018년 10월부터 2020년 6월 사이에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2년물 연방기금금리가 3%에 달할 가능성을 반영했던 상태에서 거의 0%가 될 가능성을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금 가격은 온스당 1,200달러에서 2,080달러로 73%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2022년에 물가 상승 흐름이 더욱 강화되었을 때, 이는 오히려 금 가격에 대한 희소식이 아니었습니다. 단기금리(STIRS) 투자자들이 장기 연방기금 금리 기대치를 0%에서 4.5%로 재평가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을지 모르나, 금리 상승에 대한 전망(및 추후 현실)으로 인해 다시 하락했습니다(그림 4).

도표 4: 금리 상승 전망과 현실로 인해 2020년 중반부터 2023년까지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한 금 가격

2년 선도 연방기금금리 선물 및 금 가격

지난 12월 금 가격이 상승하여 잠시 최고치를 경신했던 것은, 2024년과 2025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내부 전망인 “점도표”를 통해 연준은 2024년에 금리를 75bp 인하할 계획임을 암시했습니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훨씬 더 극적인 조치, 즉 200bp 정도에 달하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첫 번째 금리 인하는 이르면 연준의 3월 회의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 반영 움직임이 최근 금 가격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미래에는 금 투자자들에게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금리 인하가 금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연준기금금리 선물에 이미 반영되어 있는 200bp를 초과해야 할 수도 있는데(도표 5), 이는 연준이 금 상승세의 지속을 위해 2025년 중반까지 금리를 3% 미만까지 인하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도표 5: 향후 18개월 동안 연준의 약 200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미국 금리 선물

연방기금, 미국채 및 SOFR* 선물 곡선
2024년 1월 17일 기준

궁극적으로 2024년과 2025년 금 가격은 미국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준의 점도표에서 시사한 75bp 범위의 최소한의 금리 인하를 통한 “연착륙”이 현실화되면 금 가격이 약세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루어진다면 금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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