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글로벌 통화정책은 1981년 이후 최대 규모의 긴축을 전개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폭은 400 베이시스포인트(bp)로서 다른 국가들의 중간 정도에 위치했습니다(도표 1).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맞서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전 세계적 추세가 올해 후반에 반전되어, 2022/2023년 긴축을 단행한 거의 모든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도표 2). 흥미로운 점은 유로존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경제성장률 궤적이 다소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CME ESTR 선물과 CME SOFR 선물에 반영된 ECB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ESTR과 SOFR 선물 모두 지금부터 2025년 말까지 약 175bp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도표 1: 각국 중앙은행, 1981년 이후 최대 규모의 긴축 단행
중앙은행 정책금리
도표 2: 유로 ESTR 선물은 SOFR 선물과 유사하게 약 175bp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음
금리 예상치(2024년 3월 5일 기준)
경제 지표는 ECB가 연준보다 먼저 완화 정책을 펼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유로존 근원 인플레이션은 미국 근원 CPI보다 뒤늦게 정점에 도달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훨씬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도표 3).
도표 3: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미국 인플레이션보다 더 빠르게 하락 중
미국과 유로존의 근원 인플레이션
유로존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도 미국보다 훨씬 취약합니다. 2023년 유로존 GDP는 0.1% 성장한 반면, 미국 GDP는 3.1% 성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에서 비롯된 1조 달러에 가까운 정부 지출이 미국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럽은 팬데믹 이후 이와 같은 재정 부양책을 펼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예산을 삭감 중이며, 프랑스도 이달 초 예상 지출에서 100억 유로를 삭감했습니다.
이 격차는 소비자 지출 지표에도 반영됐는데, 팬데믹 부양책을 통해 급등했던 인플레이션 조정 미국 소매판매는 이후 서서히 상승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로존에서는 팬데믹 부양책의 규모가 훨씬 적었고, 유럽 소매판매는 2021년 이후 꾸준히 감소했습니다(도표 4).
도표 4: 유로존 소비자 지출은 미국에 비해 저조함
미국 인플레이션 조정 소매판매(자동차 및 가스 제외) vs. 유로존 소매판매(금액 기준)
유로존 채권 시장 고유의 특성을 감안하면, ECB가 연준보다 더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유럽에 비해 미국의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미국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달러)로 국채를 발행하는 기관이 한 곳입니다(미 재무부). 반면, 현재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국가는 20개국이며, 각 국가는 ECB 정책을 결정할 때 한 표씩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키프로스는 구제금융이 필요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2020년대 초반부터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대규모 디레버리징을 단행했습니다(도표 5). 현재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그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다른 유로존 국가들, 특히 프랑스는 제로 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되던 오랜 기간 동안 레버리지로 경제를 부양했습니다(도표 6). 금리가 제로에 가까울 때는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400bp 급등하면, 민간 및 공공 부문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도표 5: 일부 유로존 국가는 제로 금리 기간에 레버리지를 낮춤
GDP 대비 공공 및 민간 부문 부채비율
도표 6: 프랑스의 부채 규모는 평균 이하에서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감
GDP 대비 공공 및 민간 부문 부채비율
ECB는 2005~2008년 금리를 인상했고, 유로존 부채 위기는 2009년에야 시작됐습니다. ECB의 이번 긴축 사이클은 이전보다 더 크고 더 빨랐습니다(도표 7). 현재 유럽의 채권 스프레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도 특히 부채 규모가 큰 국가의 정부 및 민간 부문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빠르게 진행된 통화 긴축의 영향이 전무할 리 없습니다.
도표 7: ECB의 최근 긴축은, 부채 위기를 촉발한 2005~2008년 긴축 사이클보다 훨씬 공격적임
ECB 기준금리 및 근원 인플레이션
더 빠르게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부진한 경제성장률, 유로존 채권시장 고유의 특성 모두 ECB가 연준보다 더 빠르고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시사합니다. 다만, ECB는 독자적으로 선제적 행동에 나서기보다 연준의 리드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요인보다 이러한 경향이 영향을 미친 결과, CME ESTR 선물이 지금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즉, SOFR 선물 가격에 반영된 연준의 시나리오와 ECB의 시나리오가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고 반영 중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