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특징적인 글로벌 트렌드 2가지가 있었습니다. 1)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 경제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치솟았고(도표 1), 2)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주요 경제국에서 금리가 크게 상승했습니다(도표 2). 하지만 통화정책 긴축 수준을 살펴보면, 중앙은행 간에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일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다른 중앙은행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도표 1: OECD 국가 전반적으로 높은 근원 인플레이션 기록, 다수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 존재

근원 인플레이션율

도표 2: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중앙은행의 급격한 단기금리 인상

중앙은행 정책금리

특히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근원(절사평균) 인플레이션율보다 높게 금리를 인상했으며,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통화긴축을 중단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금리를 거의 근원 인플레이션 수준까지 올렸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중앙은행은 현재로서는 근원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낮은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호주·노르웨이·스웨덴 등에서는 정책금리가 근원 인플레이션보다 3% 이상 낮습니다.  영국과 일본의 정책금리는 근원 인플레이션보다 2~3% 낮은 수준이며, 유로존과 뉴질랜드의 정책금리는 근원 인플레이션보다 1~2%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입니다. 여기서 실질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을 뺀 값으로 정의됩니다(도표 3). 근원 인플레이션의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모두 가장 변동성이 큰 항목(일반적으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합니다.

도표 3: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실질금리

실질 기준 중앙은행 정책금리

중앙은행이 실질금리를 플러스 영역에 근접하게 인상한 국가에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정점에 도달한 이후 더 급격하게 하락 중일 수 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근원 인플레이션 수준에 근접하게 인상했으며, 이들 국가의 근원 인플레이션 모두 느리기는 하지만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에 있습니다(도표 4 및 5).

도표 4: 캐나다의 인플레이션은 크게 하락해 현재 캐나다 중앙은행 정책금리보다 낮은 수준

캐나다 중앙은행의 1일 만기물 대출금리 및 캐나다 (절사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율

도표 5: 연준은 근원 인플레이션 주요 지표 2개와 유사한 수준까지 금리 인상

연방기금금리, 근원 PCE, 미국 근원 CPI

그리고 스위스와 일본 등의 국가는 팬데믹 이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훨씬 밑돌았습니다.  이 두 국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음에도,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일본중앙은행(BoJ)의 정책 목표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스위스와 일본 중앙은행은 다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 끝에 인플레이션이 플러스 수준에 도달한 것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근원 인플레이션 수준에 근접하도록 금리 인상에 노력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일본의 경우에는 금리를 전혀 인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위스와 일본은 두가지 리스크가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해 결국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인데, 이 리스크는 최근 엔화가 급락하면서 부각되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너무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오랫동안 극복하기 어려웠던 디플레이션에 다시 빠져버릴 수 있는 리스크입니다(도표 6 및 7).

도표 6: SNB의 긴축 기조 강화와 2% 수준의 근원 인플레이션

SNB 정책금리 결정 및 스위스 근원 인플레이션

도표 7: BoJ, 그리고 수십 년에 걸친 일본의 디플레이션 종료

BOJ 예금금리 및 근원 인플레이션

스위스나 일본과는 달리 영국, 유로존, 스웨덴, 그리고 호주의 인플레이션은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캐나다와 미국처럼 근원 인플레이션에 근접한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운 특정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존 국가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너무 적극적으로 인상하면 유로존 부채 위기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유로존은 단일 중앙은행이 여러 국가의 통화정책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상황에 있습니다.  따라서 ECB는 한 회원국의 채권을 다른 회원국의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매입할 권한이 없으며, 유로존 국채 시장은 일반적인 국채 시장보다는 지방채 시장과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2012년 마리오 드라기 당시 ECB 총재는 유로존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인 2%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하고, 유로존 내 국채 스프레드를 축소하기 위해 과감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한층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독일 국채 금리에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해 유로존 붕괴를 막은 것입니다(도표 8).

도표 8: 마리오 드라기, 2012년 유로존 경제 유지를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

독일 대비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 ECB 총재에게는 그러한 선택지가 없습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현재 5%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ECB는 금리를 인상하고 보유자산을 축소해 왔습니다.  한 가지 주요 리스크는 유럽 내 채권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입니다. 이는 제2의 유로존 부채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데, 저물가 상황에서 발생한 지난 위기보다 훨씬 극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ECB는 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리스크도 있습니다. ECB가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진정시키지 못하면, 향후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로존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캐나다나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만큼 많이 또는 오랫동안 하락하지 않았습니다(도표 9).

도표 9: 제2의 유로존 부채 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둔화된 ECB의 움직임

ECB 기준금리 및 근원 인플레이션

호주와 영국의 상황은 또 다릅니다.  두 국가 모두 모기지 보유자 대다수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호주와 영국의 "고정 기간" 모기지도 2~5년마다 금리가 재설정됩니다.

호주는 가계 부채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팬데믹 기간에 호주중앙은행(RBA)이 수익률곡선을 통제하는 동안 많은 사람이 모기지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합니다.  수익률곡선 통제가 종료됐을 때, 잠재적인 "모기지 절벽"이 생성되었습니다. 많은 모기지 대출 금리가 훨씬 높게 재설정되기 시작하는 일련의 날짜가 정해진 것입니다.  게다가 호주와 영국은 부동산 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국가입니다. 양국 모두 1990년대 일본, 2007~2010년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가 부동산 폭락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따라서 양국 중앙은행 모두 정책금리를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책금리를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면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거나 적어도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가파르게 상승할 위험이 있습니다.  4월 영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6.2%에서 6.8%로 상승했고, 호주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7%에 근접했습니다(도표 10 및 11). 

도표 10: 근원 인플레이션에 비해 여전히 낮은 RBA의 정책금리

RBA 기준금리 및 호주 근원/전체 인플레이션

도표 11: BoE의 낮은 금리 인상 속도와 인플레이션

BoE 기준금리 및 영국 근원 인플레이션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대부분 모기지)와 매우 높은 부동산 가격에 직면한 스웨덴 중앙은행이 금리를 너무 빨리 인상할 경우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 경험한 경제·금융 위기의 기억도 긴축 기조 강화를 늦추고 있을지 모릅니다.  호주·영국과 마찬가지로 스웨덴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7%에 육박하지만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는 그 절반 수준입니다.  또한 영국·호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고는 인플레이션이 거의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도표 12). 

도표 12: 7%인 인플레이션의 절반 수준인 스웨덴 정책금리

스웨덴 중앙은행 기준금리 및 스웨덴 근원 인플레이션

결론

미 연준은 비교적 빠르게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보다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미국에 비해 비교적 느리게 접근했으며, 실질금리를 캐나다나 미국 같은 수준으로 설정할 경우의 금융 안정성을 우려하는 것도 타당해 보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선택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향후 더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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