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은 고대에 화폐로 사용되었으며 다른 모든 화폐에 상호 간의 환율이 있듯이 금과 은 간에도 환율이 있습니다. 이 두 금속 간의 환율은 1온스의 금을 사는 데 필요한 은의 양으로 표시합니다. 그리고 그 비율은 시기에 따라 매우 큰 변동을 보여왔습니다(그림 1). 1896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당시 32:1의 비율로 거래되던 은 대비 금의 비율 16:1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금과 은의 비율이 중대한 정치적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그의 상대이자 추후 선거에서 승리한 상대 후보 윌리엄 매킨리는 브라이언의 제안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금과 은 채굴 생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두 금속의 공급량이 지난 수십 년간 크게 증가했습니다(그림 2 및 3). 금 채굴 생산량은 1980년 이후 183% 증가한 반면, 은은 13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플래티넘 및 팔라듐과 달리 금과 은에는 다양한 공급 기반이 존재합니다.
금과 은 채굴 생산량의 변동은 두 금속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방향성은 일반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금 채굴량의 증가가 은 채굴량보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는 달리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비교해 요즘 똑같은 양의 금으로 두 배나 많은 은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렇게 직관에 어긋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금 채굴 생산량 변화에 따른 은의 극심한 민감도가 주된 원인입니다. 금 채굴 생산량 변화에 따른 금 가격의 민감도보다 은의 민감도가 오히려 높은 정도입니다(그림 4).
금과 은은 부분적으로 대체 가능한 금속입니다. 은의 사업 용도가 금보다 많지만, 두 금속 모두 주얼리에 사용됩니다. 금과 은의 가격이 상승하면 흔히 금 주얼리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반면, 은 주얼리는 상대적으로 소비량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는 금 주얼리의 가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어 일부 소비자가 저렴한 은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 채굴량이 증가하면 금 가격의 하락을 가져오고 이는 금 주얼리 소비량의 증가로 이어집니다(이 과정에서 은 주얼리 소비는 감소함). 금 채굴량이 감소하면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금 가격이 상승하여 금 소비량이 감소하고 은 주얼리 소비량이 소폭 증가하여 은 가격에 추가의 상방 압력을 가합니다.
은 채굴 공급량의 변화 또한 금과 은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금과 은 공급량의 전망은 어떨까요? 이 두 금속의 공급량은 채굴 수익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금이 현재 생산 원가 주변에서 거래 중이라는 점이 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 채굴이 여전히 상당한 플러스 현금흐름을 창출하고는 있으나 총비용 관점에서 그리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 생산량이 침체될 경우, 금과 은 가격 모두 지탱할 수는 있지만, 역대 상관관계가 유지된다면 은의 강세가 금보다 더 두드러질 수 있으며, 따라서 금 대비 은 비율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은 채굴은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향후 몇 년간 금보다 생산량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은 현재 온스당 $19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온스당 생산 원가는 총비용 기준 $12이며 현금 비용은 그 절반에 불과합니다. 은 채굴 생산량이 확대되면 두 금속의 가격을 비슷한 강도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즉 금은비율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급 측면은 금은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수요 측면의 금리 및 산업 용도 또한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축소되면서 그 어느 금속보다 금 가격에 큰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산업 용도가 제한적이므로 금은 모든 귀금속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금속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금속 가운데 금은 금리 변동 기대 심리의 변화에서 단연 가장 큰 음의 민감도를 지닙니다(금리 7). 그러므로 연준이 현재의 연방기금 선물 곡선에 반영된 가격(즉 남은 2010년대 기간에 2회 인상)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는 은 가격보다는 금 가격에 더 큰 호재로 작용하여 금은비율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에, 연준이 지금부터 2019년 말까지 2회 이상 금리를 인상하면 금 가격이 은 가격보다 큰 타격을 입어 금은비율을 낮출 것입니다.
지난 약 35년간 금이 투자 상품으로서 은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둔 이유 중 하나는 은보다 금에 유리한 지속적인 저금리 환경입니다. 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현재 수준에서 더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이는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가 반등하여 상승하기 시작하며 은의 성과가 금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은이 금에 비해 투자 수익률이 낮았던 마지막 이유는 은을 가장 많이 사용했던 산업 부문, 즉 사진 촬영 산업의 몰락입니다. 디지털카메라의 개발로 전통적인 사진 촬영 산업이 송두리째 사라졌으며 은 수요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이것은 분명 악재입니다. 반면 실버 플레이트 사진 산업이 거의 완전히 몰락한 상태이므로 두 번 다시 몰락할 일은 없다는 것은 희소식입니다.
태양 전지판 수요가 치솟고 있다는 것과 일부 태양 전지판에 은이 사용되고 있어 미래 수요 확대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도 또 하나의 호재입니다(그림 9).
에릭 놀란드는 CME Group 상무이사 겸 선임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에릭 놀란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추적하고 경제적 변수를 평가하며 CME Group과 그 사업전략 및 동 소속 시장의 투자자들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는 경제 분석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CME Group의 글로벌 경제 및 금융상황과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대변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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